|
1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노선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며 “일부 언론과 정치 지도자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선택한 길을 계속해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친서방 노선을 건고 있는 옛 소련 국가다. 2019년 2월 개헌을 통해 나토 가입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앞서 바딤 프리스타이코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가 나토 가입 추진을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지낸 프리스타이코 대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과 관련한 입장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나토 가입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전운은 더 고조되는 기류다. 러시아가 서방 진영에 요구하는 안전 보장의 핵심은 우크라이나 같은 옛 소련 국가들의 나토 가입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나토의 동진은 전쟁을 부를 것이라는 러시아의 경고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미국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이 키예프 주재 대사관을 옮긴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3일에만 우크라이나 기업인과 정치인을 태운 비행기 30대가 해외로 떠났다”며 “우리 가족은 조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울러 “러시아는 발트해 해저를 통과하는 러·독 직통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을 지정학 무기로 쓰고 있다”며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가동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거쳐 가는 유럽행 가스관을 러시아가 폐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주요 원자재 생산국인 러시아가 공급을 막을 경우 에너지 대란은 불가피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스관이 지정학 무기임을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보장과 안전 보장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현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장 나토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러시아가 왜 (당장 일어나지도 않을) 현안이 아닌 것을 더 큰 정치 이슈의 일부로 만들고 있는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분쟁에서 긴장을 완화할 행보를 취해야 한다”며 “우리는 유럽 안보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러시아와 진지하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 이어 이튿날인 15일 러시아를 방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