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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머니] 김 대리부터 슈퍼컬렉터까지…빨간딱지의 미학 '아트페어'

오현주 기자I 2021.10.12 03:30:00

[돈이 보이는 창]
초보컬렉터, 그림 골라사는 가장 쉬운 방법
국내외 갤러리 ''밀고있는 작가'' 앞다퉈 출품
몇십만원부터 수십억대까지 가격 천차만별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2021'' 13∼17일
MZ세대 인기…매출 최대 1000억원대 기대

‘키아프 2021’이 13일 V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7일까지 닷새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 A·B홀에서 열린다. 세계 10개국 170여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등 뜨거운 가을시장을 예고한 올해 키아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만 개최했던 탓에 오프라인 미술장터로는 2년 만이다. 그 사이 MZ세대 부상 등 분위기 반전을 맞은 미술시장 활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잖다. 사진은 ‘키아프 2019’ 전경(사진=한국화랑협회).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미술시장에도 ‘마트’가 있다. 아니 ‘백화점’쯤으로 승격해도 좋겠다. 팔기 위해 내다건 작품들의 내용과 가격, 특유의 가치와 품격 등을 고려해보면 말이다. 상설은 아니다. 기간을 정해두고 짧게는 사흘, 길게는 닷새간 축제처럼 바짝 큰 장을 여는 건데, 이름 하여 ‘아트페어’다. 오픈시간에 맞춰 길게 줄을 늘어섰다가 ‘땡’ 신호에 따라 밀려드는 인파는, 왕왕 명품이벤트가 벌어지는 여느 백화점 풍경과 다르지 않다.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찾아오는 사람도, 지갑을 여는 사람도 그때그때의 경제지표, 시장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갤러리와 미술작품, 작가와 컬렉터를 한자리에 끌어모으는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팔고 사는 제3의 방법이다. 1차시장인 화랑과 2차시장인 경매와는 또 다른 형태란 뜻이다. 이전엔 거래한 적 없는 미술작품을 내다건다는 점에선 화랑, 성격이 다른 모든 작가의 작품을 한 데 모은다는 점에선 경매를 닮았지만, 좀더 대중적이고 좀더 광범위하다.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연합한 미술장터를 표방하는 만큼 주요 타깃층은 슈퍼컬렉터보단 일반 대중에 가깝다는 얘기다.

각각의 갤러리들은 보통 “우리가 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출품하는데, 굳이 비싼 작가에만 목을 매진 않는다. 대개 한 해 동안 진행한 개인전·초대전·기획전 중 관람객에게 특히 주목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격대 역시 몇십만원부터 몇백만원대까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덕분에 굳이 미술품 쇼핑만이 아니더라도 작품 감상을 위한 자리로, 현재는 물론 미래 미술시장의 트렌드까지 엿볼 수 있는 자리로, 한상 거하게 차려내는 거다. 이른바 ‘미술시장의 핵심정리’라고 할까. 시장이고 장터인 만큼 작품가격을 감춰두지 않는다는 점에선, 수줍은 초보컬렉터가 둘러보기에 좋은 조건까지 갖췄다.

◇빨간딱지 먼저 붙이게 한 ‘VVIP 관람일’까지 만들어

국내 아트페어 중 규모로나 권위로나 최대라 할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1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VVIP와 VIP의 프리뷰를 위한 이틀, 일반인에게 문을 여는 사흘, 총 닷새간 큰 장을 세우고 뜨거운 가을시장을 예고했다.

‘키아프 2021’에 나선 작품들. 가나아트에서 출품하는 노은님의 ‘소풍’(2019·위)과 이화익갤러리에서 출품하는 차영석의 ‘우아한 노력’(2021).


매년 가을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해 열어온 키아프는 2002년 출범해 올해로 20주년이다. 그럼에도 20주년이란 이벤트성과는 별개로 초미의 관심거리는 따로 있다. ‘뜨겁다’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게, 미술시장 활황에 잔뜩 힘입어 올해 역대 최고 매출액을 찍을지 이목이 집중되는 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만 진행한 탓에, 오프라인 행사는 2년 만이다. 하지만 그 한 해를 건너뛰는 동안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갤러리스트는 갤러리스트대로 컬렉터는 컬렉터대로 벼르고 있는 기대치가 심상치 않다.

우선 ‘최대’가 무색하지 않을 판부터 벌였다. 세계 10개국에서 170여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국내 대표 갤러리 130여개에, 뉴욕·베를린·런던·도쿄·홍콩·싱가폴 등에서 온 해외 갤러리가 30여개, 서울점을 둔 해외 갤러리가 10여개 등이다. 가나아트,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아트사이드갤러리, 아뜰리에아키, 이화익갤러리, 조현화랑, 표갤러리, 학고재갤러리, 노화랑, 선화랑, 예화랑 등이 국내 갤러리로 나선다. 리만머핀, 페로탱갤러리, 페이스갤러리 등 서울점을 둔 해외 갤러리 외에도 쾨닉, 에스더시퍼, 페레스프로젝트, VSF 등 처음 참여하는 해외 갤러리도 다수다.

‘키아프 2021’에 출품되는 독일화가 사빈 모리츠의 ‘들판’(Field·2021). 갤러리현대가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하는 모리츠의 추상화다(사진=갤러리현대).


관람객도 이에 ‘부응하는’ 중이다. 주최 측은 올해 예전엔 없던 ‘VVIP 관람일’이란 걸 만들었다. 일반 공개 하루 전날 ‘VIP 관람일’을 두는 건 어느 아트페어에서나 있는 일이라 그리 특별할 건 없는데, 그보다 또 하루 앞선 ‘VVIP 관람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파가 몰리기 전 마음에 드는 작품에 ‘팔렸다’는 사인인 빨간딱지를 딱 붙여놓는, 선점의 기회를 얻으려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주최 측이 알아서 정하는 VVIP고, VIP인 건 아니다. 일단 입장권의 가격이 가름한다. 비싸게 입장하면 VVIP(30만원)이거나 VIP(10만원)가 되는 거다. 그런데 이것부터 벌써 ‘완판’이란다. 100장 한정판매한 VVIP 입장권이 이틀 만에 동났다고 한국화랑협회가 귀띔했다. “MZ세대 관람객이 예약에 몰렸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온라인으로 예매하는 일반 관람권은 3만원이다.

◇MZ세대 이번에도 몰릴까…역대 최대 매출 점쳐

키아프에서 지금껏 기록한 최대 판매총액은 2019년에 세운 310억원이다. 그 기록을 훌쩍 넘겨, 주최 측은 올해 최소 600억원대, 욕심을 내면 1000억원대를 넘보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두세 배에 달하는 추정치를 선뜻 꺼내놓은 건, 또 다른 아트페어인 지난 3월의 ‘화랑미술제’, 그 두 달 뒤의 ‘아트부산’이 거둔 역대급 성과와 무관치 않다. 화랑미술제에선 지난해 방문객 수보다 30%가 늘어난 역대 최대 4만 8000여명이 들러 예년의 두 배가 넘는 7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아트부산에선 한술 더 떴다. 8만명이 다녀가면서 350억원어치를 싹쓸이했던 터.

‘키아프 2021’에 나선 작품들. 학고재갤러리가 내놓는 김길후의 ‘무제’(2021·왼쪽)와 조현화랑이 내놓는 이배의 ‘불의 근원’(Issu du feu-Oil pastel 18·2020)(사진=학고재갤러리·조현화랑).


이미 규모에서 그 두 미술장터를 누른 ‘키아프 2021’을 둘러보려면 이번 아트페어가 주력하는 ‘상품’을 미리 알아두고 나서는 게 도움이 된다. 각 갤러리에서 내세운 이른바 ‘시그니처’격인 작가들 말이다.

당장 김창열, 이강소, 박서보, 이우환, 윤형근, 유영국, 이건용 등 이름만으로 국내 미술시장을 선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걸린다. 이배, 노은님, 김순기, 홍경택, 차영석 등 크고 작은 전시로 마니아층을 만들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세계가 탐낸다는 현대미술가 양혜규와 강서경, 또 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으로 관심을 끌었던 코디 최의 작품도 나설 예정이다. 해외 작가 중에선 최근 국내서 개인전을 시작한 리암 길릭,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을 앞세워 제니 홀저, 필립 파레노, 조지 콘도, 바버라 크루거, 어윈 올라프, 무라카미 타카시 등 국내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이들이 출품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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