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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꽃이다. 모란이다. 팔랑이는 게 보일 정도로, 잎에 얹은 예민한 주름이 보일 만큼 세심하게 살려낸 딱 한송이다. 시선을 바짝 들이대고 끌어낸 ‘줌인’이랄까. ‘아웃포커스’처럼도 보인다. 중심만 끌어오고 뒷부분은 멀찍이 떨어뜨린.
작가 한수정(52)은 꽃을 그린다. 마이크로 세계는 분명한데 그렇다고 극사실주의는 아니다. 굳이 어디에 가둬야 한다면 차라리 초현실주의 편이라 할까. 연작 중 한 점인 ‘모란’(Peony·2018)은 100호 화면에 얹은, 크기로 압도하는 거대한 꽃판이다. 유독 인상적인 건 색. 빛의 장난이든 붓의 장난이든 흔치 않은 푸른 계열이 아닌가.
선택과 집중이란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돌돌 말린 넓은 잎에 슬쩍 잘린 귀퉁이까지 놓치지 않았지만, 못 본 듯 무심한 듯 허옇게 오려낸 낯선 여백도 흘리지 않았나. 지금까지 이런 꽃은 없었다.
5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꽃’(Flower)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30×162㎝. 작가 소장. 필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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