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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96일 늦은 지각 국회...민생ㆍ개혁 성과내야

논설 위원I 2024.09.03 05:00:00
22대 국회가 어제 지각 개원식을 여는 동시에 첫 정기회의 막을 올렸다. 임기 개시 후 역대 최장 기간인 96일 만에야 정기국회 개회일에 개원식을 연 것이다. 여야 간 정쟁이 극심했던 탓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야 어떻든 여야를 뛰어넘는 국가수반인 대통령까지 정쟁에 휘말린 모습이 아닌가 싶어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정기국회는 12월 9일까지 100일간 이어진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국정감사, 각종 법안 처리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국가채무가 1126조원을 넘은 가운데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어 예산안 심의가 어느 해 못지않게 깐깐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개혁과 악화하는 의·정 갈등 해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전담부서 신설 등 정책의 법제화도 요구받고 있다. 수출은 다행히 회복세를 보이지만 내수가 부진한 탓에 민생 경제를 되살릴 방안도 찾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 급증 등 ‘영끌’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하지만 평행 대치 양상을 보이는 여야 간 정쟁은 정기국회의 순조로운 진행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이 추진하는 ‘2특검 4국조’가 국회 파행을 부를 수 있다. 2특검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가리키며, 4국조는 채상병 순직 은폐,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특혜,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 기도, 동해 유전 경제성 부풀리기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말한다. 여당이 이 모두를 거부한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국민은 국회의 전향적 역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잘하는 것은 뒷받침하고 잘못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한동훈·이재명 여야 대표가 그제 만나 민생 관련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할 협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이 협치의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민생에서 시작해 분야별 개혁으로 보폭을 넓혀가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민생과 개혁에서만큼은 여야가 손을 맞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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