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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인 원자력 용접공의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다시피 하는 사이 소위 노가다로 불리는 ‘보통 인부’의 일당은 두 배 올랐다. 이들이 받는 노임은 2014년 상반기 8만4000원에서 올해 상반기 16만5000원으로 곱절로 올랐다. 같은 기간 최저시급이 5210원에서 9860원으로 90% 오른 것이 보통 인부 노임에는 사실상 그대로 반영됐으나, 원자력 용접공은 예외로 적용됐다. 그 결과 전문직인 원전 용접공과 보통 인부의 임금 격차는 10년 전 두배가 넘었으나, 이제는 4만 차이도 나지 않는다.
원자력 전문직 건설노동자의 노임은 용접뿐 아니라 나머지 플랜트·기계설치·품질관리 등 부문에서도 크게 오르지 못했다. 10년간 플랜트는 2만5000원(19만8000→22만3000원), 기계설치는 3만원(19만5000→22만5000원), 품질관리는 3만7000원(22만3000→27만원) 올랐다. 상대적인 상승폭으로 보나, 절대적인 증가액으로 보나 보통 인부의 처우 개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문직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따르면, 원자력 기술사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46만9000원에서 지난해 54만9000원으로 17%(8만원) 늘었다. 원전은 짓는 것보다 관리하는 게 중요한 측면에서 원전 기술사는 산업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건설 28%(34만8000→44만6000원), 기계설비 25%(36만2000→45만2000원), 전기 23%(35만8000→44만1000원) 등 기술사보다 절대 임금은 높지만 임금 상승률은 크게 낮다.
원전 산업이 경쟁력을 잃는 과정에서 발생한 ‘풍선효과’로 해석된다. 원전 건설·유지보수 전문직 종사자는 신축·유지보수·해체 수요에 따라 산업에 투입된다. 수요가 없으면 일반 산업군에 흡수돼 종사한다. 최근 10년 사이 원전 용접공과 무관하게 일반 용정공 노임이 두 배 넘게(12만9000→26만7000원) 오른 것이 대변한다. 두 부문에 기술적 격차는 존재하지만, 인력이 몰리는 쪽에서 임금이 오르는 것은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최규원 대한용접기술사협회 사무국장은 “용접 산업은 용접사의 고령화가 진행되는데 신규 인력을 양성하는 못하게 되면서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일이 몰리는 산업은 고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원자력처럼 일이 적은 산업은 구인의 어려움을 각각 겪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를 원전 산업 재도약 원년으로 선포하고 전폭전인 금융 지원을 발표한 상태다. 원전산업에 3조3000억원 일감과 1조원 규모의 특별 금융지원이 예정돼 있다. 다만 고임금 산업군에 흡수된 원전 인력이 다시 돌아오려면 상당한 유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 산업은 전문 기술이 필요하고 방사능에 피폭될 우려 탓에 적정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공학을 전공한 교수는 “원전 기술자는 전문직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애초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긴 하다”면서도 “최근 이들의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적절하게 증가했는지는 원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