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기자로 직장 생활을 해온 한 중년이 막노동판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이야기다. ‘나의 막노동 일지’는 저자가 갑작스러운 조기 퇴직 이후 단기 일용직 아르바이트, 식당 주방 보조 등을 전전하며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막노동판에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된 과정을 담고 있다.
막노동판에서 저자가 만난 이들의 사연은 기구하다. 운영하던 회사가 망한 뒤 다시 창업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50대 가장, 홀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막노동에 뛰어든 30대 청년, 부모로부터 당당히 독립해 자수성가하겠다는 꿈을 꾸는 20대 취준생, 농한기를 맞아 몇 개월만 일하려고 온 농사꾼 등 많은 이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막노동의 고됨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러나 막노동판에도 사람이 있고 삶이 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이 “막노동 이전과 막노동 이후로 나뉠 만큼” 변했다고 말한다. 중년의 반퇴자(이른 퇴직 이후 다시 경제 활동에 뛰어드는 사람)가 계속 일하며 인생 후반전을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이자, ‘그럴듯한 노동’과 ‘없어 보이는 노동’을 구분하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게 됐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막노동판을 무시할 뿐, 실상은 잘 모르고 있다.” 막노동판의 실상을 담은 저자의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것은 깊은 ‘사람 냄새’다. 책장을 넘기면 한겨울에도 막노동꾼들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 냄새, 퇴직 후 만져본 인생 2막 첫 월급의 단맛이 모두 느껴진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을 이겨내고 성실한 노동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살아내면 된다는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