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8월 5일에도 그러했다. 전북 부안 상서중학교에서 수학 교사로 근무하던 송경진 씨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김제시의 자택 주택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전북 교육청의 조사를 받다 억울함을 풀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감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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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중은 송 교사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그해 4월 24일부터 7월 24일까지 석 달간 직위해제 상태로 지냈다.
송 교사는 당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의사에게 “성추행범으로 몰려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명예가 엄청나게 훼손됐다. 억울하다.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우울 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다. 송 교사는 이전에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은 이력이 없었다.
송 교사는 억울한 마음에 피해 여학생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학생의 아버지는 “송 교사가 딸의 무릎을 치는 장면을 다른 학생이 허벅지를 만진 것으로 오해했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교장선생님한테 이 사실을 전하려했는데 목격한 여학생의 엄마가 일을 크게 만들었다. 경찰서 가서 신고를 취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가벼운 신체접촉이 있었지만 성추행까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해 내사종결했다.
◇내사종결·처벌불원에도 조사 이어간 전북교육청
하지만 전북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직권조사를 벌였고, ‘송 교사가 학생들의 인격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 송 교사의 아내인 강하정씨가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 따르면 학생인권교육센터는 무죄를 주장하는 송 교사에게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무고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강씨는 “에어컨 빵빵 틀어서 썰렁했던 그 밀실에서 남편은 양복이 흠뻑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고 낯빛이 백짓장이 되어 나왔다”며 당시 강압적인 조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직권조사 당시 학생들은 ‘다른 선생님이 교무실로 데려가 모두 적으라기에 칭찬해주신 것도, 다리 떨면 복 떨어진다고 한 것도 모두 만졌다고 적었다’ ‘수업 잘 들으라고 어깨를 토닥이고 팔을 두드리신 것 같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그해 8월 전북교육청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억울함을 풀지 못한 송 교사는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어 자신이 5년 동안 몸담았던 상서중에 가서 짐을 정리한 뒤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30년 교직 생활은 그렇게 마감됐다.
송 교사의 빈소엔 200여명의 학생·학부모가 다녀갔다. 이중엔 졸업생도 다수 있었다. 졸업생들은 “선생님같이 좋으신 분이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전북교육 수장인 김승환 교육감은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강씨는 “전북교육청이 죄 없는 남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억지를 부렸다”며 “인권센터는 강압적인 조사로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송 교사가 숨지고 80일 뒤 전북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전북교육청이 무리하게 조사에 나서면서 결국 송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징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센터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사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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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사의 부인 강하정씨는 지난 2017년 말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인사혁신처는 ‘순직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강씨는 행정 소송으로 맞섰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이 이대로 묻히면, 영원히 명예 회복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길고 지루했던 싸움은 3년여 만에 끝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지난 2020년 6월 16일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인사혁신처장이 강씨에게 내린 유족 급여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다”고 했다. 소송 비용도 인사혁신처장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송 교사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대한 조사를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경찰의 내사 종결 처분에도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자신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자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 자긍심이 부정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이 선고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그해 6월 29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판결로 송 교사 죽음에 학생인권교육센터의 무리한 조사와 징계 착수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전북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는 지금이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송 교사는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따라 만든 ‘학생인권옹호관’ 제도의 피해자다”며 “인권옹호관은 교사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는 등 막강한 권한이 있는데, 그 권한과 책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엔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고, 수사기관의 수사가 종결되면 인권 진정을 각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송 교사 조사의 근거가 된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아도, 사법당국이 내사를 종결한 사안이라도 인권옹호관이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
한국교총이 사과를 요구한 날 김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북 학생인권의 날 기념 공모전 시상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수상자들의 작품 설명을 듣고, 교육감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인권 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기성세대들에게 학생 인권은 여전히 낯설고 이질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이 글을 본 전주의 한 학부모는 “김 교육감은 조례에 따라 학생인권 보호 차원에서 송 교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이런 글을 올린 것 같다”며 “여전히 낯설고 이질적인 것은 학생 인권이 아니라, 김 교육감이 송경진 교사를 바라보는 태도다”고 꼬집었다.
송 교사의 부인 강씨는 “이번 판결이 당연한 결과지만, 별로 기쁘지 않다”고 했다. 강씨는 “남편이 숨졌을 때도 조화는 물론 조문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김 교육감이다. 이런 전북교육청이 이제 와서 사과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던 여교사 A씨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정황이 없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됐다. 현재 온라인과 교육계 등에선 극단 선택의 배경을 놓고 학부모의 갑질 등 다수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교사들의 1차 집회는 지난 달 22일 서울 종각 보신각 앞에서 열렸으며, 2차 집회는 지난 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렸다. 참여 규모는 점점 늘고 있는데 1차 집회 때는 주최 측 추산 5000명이, 2차 집회에는 3만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