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차례상 준비가 가족 간 갈등 요소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이하 성균관)가 지난해 추석 때처럼 설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불필요하게 많은 차례 음식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명절 스트레스가 되고 가족 간 불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 명절 차례상 준비는 명절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지난해 인크루트가 성인 남녀 84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10명 중 6명(60.0%)이 명절 행사 가운데 가장 스트레스이자 부담인 점으로 ‘전 부치기 등 차례상 차리기’를 꼽았다.
|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인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아직도 많은 분이 차례와 제례를 혼동하는 것 같아 다시 말씀을 드린다”며 “성균관은 궁극적으로 가정불화나 남녀 갈등, 노소갈등이 없는 행복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이 이날 공개한 차례상을 보면, 과일이 4∼6종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단출한 밥상과도 같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그만 둬도 된다는 것이다.
과일 종류도 정해진 것이 없기에 편하게 고르면 된다. 성균관은 ‘홍동백서(紅東白西·제사상에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일)’나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예법을 다룬 문헌에 없는 표현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족과 상의해 좋아하는 것은 상에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지방(紙榜) 대신 사진을 놓고 차례를 지내도 된다. 차례와 성묘 중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라고 성균관은 덧붙였다.
|
성균관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차례상 간소화를 제안할 때 보여준 차례상에 밤, 사과, 배, 감이 있었는데 이는 예시일 뿐 특정 과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차례상에 이것도 올려도 됩니까, 저것도 올려도 됩니까’ 혹은 ‘전을 좋아하는데 왜 하지 말라고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며 “과일의 가짓수나 종류, 전을 포함해 간소화를 기준으로 가족과 상의해서 좋아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 문제로 제사 갈등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집안 문제라서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면서도 “거의 모든 종교에서 나름대로 조상을 숭배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으니 가정환경에 따라서 논의해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성균관이 이번에 제안한 것은 명절 약식 제사인 차례에 관한 것이며 정식 제사를 어떻게 할지는 유림과 국민 의견을 묻고 연구해 오는 9월쯤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