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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2016년 병신년(丙申年) 마지막 날인 31일 제야의 종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즉각퇴진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난 9차 촛불집회까지 전국에서 연인원 약 892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만큼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10차 촛불집회에서 1000만명이란 대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올 한해를 밝힌 촛불의 성과를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이날 행사는 시민 참여형 축제로 꾸민다는 방침이다. 그간의 집회와 마찬가지로 평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되 보신각 타종 행사 시간에 맞춰 다소 일정을 늦춘 게 특징이다.
◇제야의 종 행사와 함께 송박(朴)영신
행사는 오후 5시 30분 시민들이 그동안 촛불의 추억과 향후 촛불의 염원을 담은 ‘송박영신’ 자유발언대로 시작한다. 송박영신은 묵은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에 박 대통령의 성을 넣어 만든 조어다.
본 행사는 이날 저녁 7시부터 1시간 동안 짧고 굵게 진행한다. 퇴진행동 측은 “연인원 1000만명을 앞두고 열리는 올해 마지막 촛불집회인 만큼 한 해를 돌아보고 촛불의 지속을 결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2만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를 개괄하는 영상과 함께 동거차도에서 새해를 맞는 세월호 유가족과 화상 통화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촛불집회의 상징이 된 소등 퍼포먼스와 뮤지컬 공연도 이어진다.
본 행사가 끝나면 기타리스트 신대철씨와 가수 전인권씨 등이 함께 꾸미는 송박영신 콘서트가 열린다. 신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콘서트의 주인공은 ‘아름다운 강산’이다. 인물이 아닌 노래가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아름다운 강산’은 부친이자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씨가 유신정권 시절인 지난 1974년 작곡한 곡으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 단체가 지난 17일 집회에서 이 곡을 부른 것에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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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총리 공관·헌법재판소로 향하는 시가 행진은 밤 9시 30분부터 시작한다. 촛불 행렬은 밤 11시쯤 순차적으로 보신각에 모여 타종식에 합류한다.
헌재 앞에서는 탄핵 심판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눈동자 모양의 투명 비치볼 1000개를 헌재 방향으로 던지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세월호 유가족은 통인동 커피공방 앞에서 감사의 뜻을 담아 직접 만든 4160그릇의 컵밥을 준비했다.
퇴진행동은 보신각에 별도 무대를 만드는 대신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들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보수단체는 ‘맞불집회’로 박 대통령 퇴진에 반대한다. 촛불을 끄고 태극기로 안보를 지킨다는 뜻에서 ‘송화(火)영태’을 구호로 내세웠다. 경찰 예상 참가자 수는 2만~3만명이다.
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앞 대한문에서 ‘2017 승리를 위한 송구영신 태극기’ 집회를 개최한다.
1부와 2부로 나눠 오후 8시까지 진행되는 공식 행사를 끝낸 뒤 자발적으로 남은 참가자들은 대한문이나 종각역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탄기국 관계자는 “송박영신에 맞서 ‘송화영태’를 구호로 외치겠다”며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집회 현장 주변으로 경력을 배치할 계획이지만 양측이 그간 큰 충돌없이 평화로운 집회를 이어온 만큼 물리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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