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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엎드린 공직 사회…언론계, 볼멘소리 속 자성도
어느 곳보다 감시의 눈초리가 심할 공직 사회는 ‘시범 케이스’로 걸리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조차 당분간은 어느 정도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경 지법 판사는 “위반사례가 적발되고 관련 판례가 쌓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혼란이 계속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대검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혼란이 없도록 처리 절차와 기준 등을 마련했으며 입법 취지를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적인 정서와는 맞지 않는 법인 것 같지만 따를 수밖에 없으니 곤혹스럽다”면서도 “일단 ‘1호’로 적발되는 건 피해야 하니 법 시행 이후 당분간 약속을 잡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혹시 몰라 유명 연예인 이름으로 식당 단체예약을 하자 ‘정말 연예인이 왔냐’며 기웃거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고 전했다.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언론사도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나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초청, 잇달아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내에 배포하기도 하고 내규를 강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한 일간지에 근무 중인 한모(27·여)씨는 “그간 취재원에게 얻어 먹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여긴 측면이 있는데 이를 없애고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회사 내에선 광고 업무 등 영업 관련 부서에서는 걱정이 태산이라는 말도 나오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10여년 차 이모(40)씨는 “마치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다”면서도 “국민 눈높이로 볼 때 납득하지 못하는 관행이 분명 있었던 만큼 언론계 전반이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가, 산학협력 등 위축 우려…대책 마련 분주
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학 협력·교육 정책 등에 있어 일정 부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특히 연구에 주력하는 대학들은 기업과의 산학 협력 활동이 타격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A사립대 기획처장은 “산학 협력을 활성화 하려면 연구개발 담당자들과 끊임없이 만나 연구 주제를 논하고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며 “세미나·워크숍 등을 자주하는데 앞으로는 대학도 식사비·숙박비 등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자칫 이런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교육부와의 관계도 고민거리다. B사립대 부총장은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육부에 정책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민원을 제기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자칫 부정청탁으로 오인될 수 있는 탓에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면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정책들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다만 졸업 전 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 문제는 교육부가 나서 ‘학칙을 개정하면 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이 가능하다’고 안내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조기 취업 대학생이 강의에 나오지 않아도 ‘취업계’를 내면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관행에 대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해석을 내놔 대학들이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시민사회, “투명사회 도약 계기 될 것” 기대
여러 분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명성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법 시행으로 그간 대가성 입증이 어려웠던 ‘스폰서 검사’등을 처벌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이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국정감사 때 의원들이 직접 돈을 내고 밥을 먹는 등 이미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공직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는 일반인 또한 처벌받게 되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접대·로비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부 박모(56)씨도 “한국 사회에 누적된 고질적 비리들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요식업 종사자들은 김영란법 시행이 매출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서울 한양대 인근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학회 등 단체 손님들을 많이 받아왔는데 타격이 있을 것 같다”며 “3만원 이상의 코스 요리 중심에서 단품 메뉴 등 법 시행에 맞춘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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