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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도 4만 8238㏊로 서울 면적(6만 520㏊)의 80%에 달하는 숲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는 1987년 산불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수십년간 깨지지 않았던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2만 3794㏊)의 피해 규모를 뛰어넘는 수치이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도 역대 1위였던 1989년(26명)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역대 최악의 산불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지옥의 문이 열린 것 같은 초대형 재난은 끝났지만 우리 사회가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산불 가해자에 대한 검거 및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 산불 실화는 과실이라 하더라도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러나 영농 부산물 및 쓰레기 소각에 의한 산불 가해자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는 노인들로 실제 검거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훈방 또는 기소유예 등 온정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가해자 전체 817명 중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은 5.26%, 벌금형은 19.8%에 불과했다. 지난해의 경우 가해자 110명 중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0명’이었고 벌금형만 8명에 그쳤다. 산불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 의무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이번 산불을 계기로 국립공원에 대한 관리 일원화 및 산림 관리 등의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경북·경남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작된 초대형 산불로 국립공원인 주왕산과 지리산의 피해 면적이 2532㏊를 넘어섰다.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은 지리산 권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산 일대에 고밀도로 식재된 나무와 깊은 낙엽층은 산불진화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뿌려도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산불이 지표면 아래로 진행되는 지중화 양상으로 확산, 꺼도 꺼도 꺼지지 않는 산불이었다.
이는 국립공원 관리 주체인 환경부가 산림 관리 및 임도 설치를 외면한 결과이다.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임도도 없어 공중진화대, 특수진화대, 고성능산불진화차 등 진화 인력 및 장비 투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숲의 밀도가 너무 높아 나무가 좁은 공간에 촘촘하게 집중돼 있고 두터운 낙엽층으로 둘러싸인 현재의 국립공원과 같은 환경은 언제든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진화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앞으로 초대형 산불부터 소나무재선충병 등 산림재난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반 산과 국립공원을 분리한 현행 관리 주체를 산림청으로 일원화해 산림 재난에 대응력을 키우고, 숲의 공익적 기능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제 정치권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