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올 설엔 어쩔 수 없네요"…먹거리 물가 ‘비상’

강신우 기자I 2025.01.06 05:00:00

작년 신선식품 값 전년比 9.8% 올라
연초부터 배추 59%↑·무 77%↑ 껑충
축산물값은 안정적…닭값은 AI 변수
정부, 이번주 ‘물가관리 대책’ 발표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배추·무·배 등 과일·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설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신선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9.8%가 껑충 뛰면서 2010년(21.3%) 이후 14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은 1년 전보다 58.9% 올랐고, 무 한 개 가격도 77.4% 치솟았다.

(사진=연합뉴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년 만에 가장 낮은 2.3%를 기록했지,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 대비 9.8% 급등하며 장바구니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식품 지수는 계절·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하는 55개 품목으로 구성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신선식품 가격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발표한 신선식품 가격을 보면 배추의 평균 소매 값은 지난 3일 기준 한 포기에 5027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58.9% 올랐고 평년과 비교해서도 33.9% 비싸다. 평년 가격은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이다. 무 한 개 가격은 3206원으로 1년 전보다 77.4% 급등했고 평년보다 52.7% 올랐다.

배추와 무값 상승은 기후변화 영향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여름철 폭염에 추석 이후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농산물 생육이 부진했다. 겨울 무 주산지인 제주에 비가 자주 내린 것도 무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작년 김장철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와 무 조기 출하가 이뤄진 것도 최근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가용 물량을 최대한 시장에 방출하고, 수매를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배추 수입도 고민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여름 배추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자 중국에서 신선 배추를 수입하기도 했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도 강세다. 배(신고 품종)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 1955원으로 1년 전보다 24.6% 비싸고 평년보다 23.5% 높다. 이는 공급량 감소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배 생산량은 전년보다 3% 감소했고, 수확 후 저장 단계에서 고온으로 피해가 발생해 유통 가능 물량은 생산량보다 더 줄었다. 사과(후지 품종)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2만 6257원으로, 1년 전보다 10.2% 내렸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3.1% 높다.

축산물 가격은 농산물보다는 안정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조사 기준 한우 1등급 등심 소매 가격은 100g에 9512원으로 1년 전(9461원)과 비슷하다. 돼지고기 삼겹살 소매 가격은 2649원으로 8.5% 올랐다.

닭고기 소매 가격은 1㎏에 5403원으로 5.9% 내렸고 계란(특란 30개)은 6301원으로 8.4% 하락했다. 다만 동절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은 닭고기와 계란 값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산하면 방역을 위한 살처분과 이동 제한으로 닭고기와 계란 가격이 오르게 된다.

설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요동치자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물가 관리 대책을 발표한다. 올해 설 성수기에는 사과와 한우 등 성수품 공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리고 할인 행사를 최대 규모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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