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발란은 지난해 말부터 시리즈D 라운드에 돌입했지만 아직 투자를 유치하지는 못했다. 발란은 올 상반기 중국의 알리바바그룹과 일본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 등으로부터 수백억 원대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라고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2년도 시리즈C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3000억원을 인정받은 발란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해지자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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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시리즈E 투자를 유치한 명품 플랫폼 트렌비의 투자 금액에서도 냉각된 투자 심리를 읽을 수 있다. 트렌비는 시리즈E 라운드에서 60억원가량을 조달했다. 투자에는 기존 투자사였던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뮤렉스파트너스, SL인베스트먼트 등이 포함됐다. 지난 2021년~2022년 진행한 시리즈C에서는 420억원, 2022년~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모집한 시리즈D에서는 370억원을 모은 것에 비해 투자금이 크게 줄었다.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투자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투자금이 늘어나게 된다. 시리즈C 이후부터는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회사 규모를 더욱 확장하거나 기업공개(IPO) 및 지분 매각을 통한 엑시트 전까지 기업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투자 라운드기 때문이다.
사업을 종료한 플랫폼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명품 패션 플랫폼 캐치패션은 지난 3월 사업을 시작한지 5년여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경기 불황으로 명품 수요가 줄어들고, 경쟁이 심화되자 누적되는 적자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캐치패션의 서비스 종료는 명품 플랫폼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2021년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 캐치패션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380억원에 달했다. 신한캐피탈과 SV인베스트먼트, DS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이 캐치패션의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했다.
명품 플랫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이커머스 시장 업황 악화와 플랫폼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 등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에 대한 투자업계 관심이 식은 것도 맞지만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져 있었던 부분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비단 명품 플랫폼 뿐 아니라 대부분 플랫폼들이 위기를 맞으면서 신사업을 찾거나 글로벌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