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마케팅’으로 탄생한 ‘뉴 와퍼’ 맛보니
갈색빛 번과 패티의 짠맛…불맛 강화는 물음표
엑시트 급한 사모펀드…뜬금 무리수 마케팅 ‘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 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눈을 감고 입안에 집중했다. 이게 ‘와퍼’인지 ‘뉴 와퍼’인지 분간이 안 간다. 이전 와퍼와 비교해 특별히 달라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굳이 찾자면 번(빵)의 질감과 색깔, 패티의 짠맛 정도다. 입맛이 둔감한 편은 아닌데 특유의 불맛이 강화됐다는 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와퍼는 와퍼다. 맛있다. 사실 맛보다도 단품 4000원이라는 버거킹 한국 진출 40주년 특별 할인가였다.
| 뉴 와퍼의 단면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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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이 지난 15일 간판 상품 와퍼를 리뉴얼 한 ‘뉴 와퍼’를 출시했다. 기존 와퍼와의 차별점은 △글레이즈드(Glazed) 코팅으로 탄력을 높인 번 △육향을 강화한 텐더폼 공법 △불맛을 살린 ‘솔트&페퍼 시즈닝’ 등 세 가지다. 가격은 기존과 동일한 7100원. 와퍼 단일 제품만 리뉴얼 한 것이 아니라 콰트로치즈 와퍼 등 메뉴 전반에 이런 강점을 적용했다는 게 버거킹의 설명이다.
뉴 와퍼는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앞서 버거킹은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40년 만에 와퍼 판매 종료’란 문구의 공지를 올려 “4월 14일까지 마지막 와퍼를 만나보세요”라고 안내했다. 당시 뜬금없는 판매 종료 공지에 소비자들은 당황했다. 결국 리뉴얼의 의미를 담은 노이즈 마케팅이었고 버거킹은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 뉴 와퍼의 페티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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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뉴 와퍼를 맛보기 위해 서울 시내의 한 버거킹을 찾았다. 버거킹은 21일까지 40주년 할인을 진행한다. 매장 방문 고객에 한해서 뉴 와퍼를 4000원에 판다. 원래 단품 정가는 7100원, 세트는 9100원이다. 불고기와퍼와 치즈와퍼 등도 할인가에 판매한다. 이 때문에 매장은 평소보다도 훨씬 붐볐다. 와퍼와 치즈와퍼 세트를 받기까지 30분이 넘게 기다려야 했다. 패스트푸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외관상 특징은 좀 더 갈색으로 변한 번이다.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는 코팅 공법을 적용해서인지 번의 텍스처가 더 쫄깃해지고 고소해진 감이 있었다. 패티는 불맛이나 육즙 등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중간 이상을 먹다 보면 마요네즈 등 소스와 함께 짠맛이 입에 크게 도는데 음료가 없으면 먹기 힘들다고 느낄 정도 였다. 패티의 짠맛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 취향이 극명하게 갈릴 부분 같았다.
|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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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출시 초기인 탓인지 패티의 짠맛이 균일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느 부분은 엄청 짜고 어느 부분은 조금 짜고 편차가 크다. 소금이 늘어난 건 확실했다. 실제로 와퍼 전후 영양성분표를 비교해도 가장 큰 변화는 나트륨 함량이었다. 기존 와퍼(278g)는 나트륨 함유량이 809㎎으로 영양소 기준치의 40%이었지만, 뉴 와퍼(293g)에선 1125㎎로 무려 ‘316㎎’이나 증가했다.
마케팅만큼의 큰 변화는 체감하지 못했다는 게 결론이다. 사실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관심을 받았을까 싶다.
버거킹의 운영사 비케이알의 다급한 상황이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비케이알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 소속이다. 현재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리는 어피너티로부터 강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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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인수해 빠르게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이 사모펀드다. 어피너티는 2016년 VIG파트너스로부터 한국·일본 버거킹 경영권을 인수했다. 통상 사모펀드는 회사를 인수해 5년 내외로 보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비케이알을 인수한 지 8년째에 접어들면서 이젠 엑시트가 시급하다. 다만 자본시장 위축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더군다나 현재 시장에는 맥도날드와 맘스터치 등 다른 버거 브랜드도 매물로 나와있어 버거킹만의 특별함이 없다면 매각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쉽게 말해 가시적인 성과가 급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비케이알은 지난해 2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는 ‘원재료 및 저장품 사용에 들어간 비용’을 258억원이나 줄인 효과가 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원재료를 아껴 실적을 개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무리수 마케팅도 이렇게 탄생한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