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디커플링 시도…'긴축' 유지될 韓 내년 예산안[주간채권전망]

유준하 기자I 2023.08.27 07:00:00

美 따라 오르기에는 韓 저조한 경제 펀더멘털
1일 韓 8월 수출 발표… 전년 대비 10.8%↓ 전망
내년 예산안 긴축 재정하더라도 세수 부족은 우려
美 고용·물가 지표 대기 모드, 긴축 우려는 여전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지난 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집중했던 국내 국고채 시장은 이번 주 내년 예산안 등 국내 이슈에 시선을 돌릴 전망이다. 국내 국고채 금리는 미국과 디커플링을 시도하며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맞게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3%밖에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재정 긴축 기조가 이어지며 국채 수급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사진=로이터
◇ 내년 예산안, 재정긴축 기조 이어지나

지난 주 국내 채권 시장은 미국과 커플링되며 약세를 보였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로 인해 미국 긴축 경계감이 커진 영향이다. 이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까지 번지며 국내 국고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주 3년물 금리는 6bp 오른 3.789%를 기록했고, 10년물 금리는 2.1bp 상승한 3.935%를 보였다. 그나마 주 후반 미국과 일부 디커플링을 시도한 결과다.

국내 채권 시장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보다는 하락에 더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채를 따라 국내 국고채 금리가 더 크게 오르기에는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경제지표와 이벤트를 뜯어볼 필요가 있다.

1일에는 국내 8월 수출지표가 발표된다. 8월 수출 전년동월비 증가율은 10.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8월 1~20일 누적 수출액은 278억6000만달러로 전년동월비 16.5% 감소했다. 8월에는 수출 위축이 이미 예상됐긴 했지만 지난 주 국고채 시장이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과도한 약세를 보인 만큼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9일에는 중국의 8월 제조업·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중국의 저조한 경제지표는 우리나라 하반기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어 국고채 강세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는 29일 ‘2024년도 예산안’을 공개한다. 내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고작 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예산안이 국채 수급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지출 증가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진정한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고 국민 안정과 미래 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편성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9월 국채발행 계획을 11조원으로 전월보다 1조9000억원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고 10년물과 20년물의 발행 비중이 줄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강세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수 부족은 기재부가 세입경정예산 편성 등 국채 발행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1~6월) 세수는 29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조1000억원 줄어 역대 최대 폭 감소했다. 31일에는 7월 국세 수입 현황이 발표된다. 문제는 올해 남은 기간 작년과 같은 수준의 세금이 걷히더라도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4조2000억원이 모자르다는 점이다. 정부는 추경 없이 기존 예산안대로 재정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44조원 가량의 메울 길이 없다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美 고용·물가지표 대기

일단 국내 재료만 보면 국고채 시장은 강세 우위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경제지표 등도 살펴봐야 한다.

지난 주의 최종 고비였던 파월 의장의 연설은 지난해와 같은 시장 충격은 주지 않았다. 그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개막 연설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긴축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9월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25bp 금리 인상 확률은 각각 20%, 47%로 파월 의장 연설 전보다 소폭 상승했다. 실제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5.5bp 오른 5.078%로 상승했다.

특히 이번 주에는 연준 긴축을 좌우할 미국의 고용, 물가지표가 발표된다. 31일에는 미국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7월 PCE 물가 전망치는 전년동월비 3.3%로 예상된다.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월 1일에는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발표된다. 신규 취업자 수가 16만3000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인다면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자극될 수 있지만 지난 주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추가 상승세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국고채 금리는 미 국채 금리를 살핀 후 국내 재료에 집중할 전망이다.

사진=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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