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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유치 이후 6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대회는 초반부터 운영 난맥상에 태풍 악재까지 겹치며 초유의 파행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폭염과 벌레, 위생 문제는 대회를 부실하게 준비한 정부와 전북도, 조직위원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스카우트 정신(Scouting for life)과 과학기술(Smart & Scientific), 재해·응급상황 대응(Safe & Secure),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경험하는 기회를 각국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겠다던 호기로운 구상과 계획은 폭염과 모기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공포(Scare)와 고통(Suffering)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오점(Stain)과 망신거리(Shame)로 바뀌었다.
개영 엿새 만의 조기 퇴영 조치로 부안군 새만금에서 시작된 대회는 전혀 예정에도 없던 230㎞ 떨어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끝을 맺었다. 뒤늦게나마 범정부 차원의 대응으로 극단의 파행을 면할 수 있었고, K팝 공연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온전히 비극으로 끝날 뻔한 12일간의 여정이 여러 가능성을 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태는 ‘어느 국제행사든 백번의 성공보다 한 번의 실패를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K팝 공연에 환호하고 열광한 4만여 각국 청소년들의 모습에 섣불리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식의 자기위안을 철저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악평은 박수갈채보다 더 오래, 더 멀리 간다’는 말처럼 대회 파행에 따른 책임은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관광 특수 등 잼버리 효과는 반감됐고, 3만 6000여명 참가가를 8개 시·도로 분산 수용하면서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됐다. 새만금 잼버리 준비와 운영 과정의 총제적 부실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낱낱이 밝히는 일도 과제로 남았다. 감사원은 이번주 중 감사 준비 착수를 예고한 상태다.
윤은주 한림대국제대학원대학 교수는 “폭염과 벌레, 위생 등 충분히 사전 대응이 가능했기에 이번 사태는 안일함이 야기한 인재”라며 “문제점을 면밀히 따져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