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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열이 많은 사람은 땀이 과도하게 날 수 있다. 속열이 많은 체질은 기본적으로 대사가 항진된 상태이므로 외부에서 열이 조금만 가해져도 쉽게 체온이 올라, 발한 온도에 도달한다. 마치 냄비에 담긴 물 자체가 뜨거워서, 조금만 열을 가해도 끓어오르는 것과 같다. 신진대사율이 높은 소아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는 속열을 식히기 위한 정상적인 과정이지만, 과도해지면 문제가 된다. 땀이 나는 과정에서 체액 즉 진액이 소모되는데, 그럴 경우 ‘음허’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과도한 열을 식혀 균형을 맞추고, 진액을 보충해 주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 기가 허한 사람 역시 땀이 과도하게 많이 날 수 있다. 땀구멍의 개폐를 조절하는 것을 위기(衛氣)의 작용으로 보는데, 기허한 사람은 땀이 많이 날 상황이 아닌 데도 땀이 줄줄 새나가게 된다. 컨디션이 떨어지고 무리한 날 밤에 식은땀이 나는 것은, 기가 허해진 것이 원인이다. 더워서 땀이 시작될 수 있지만, 그 양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거나 잘 조절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 경우는 땀이 빠지면서 기와 진액이 함께 소모되므로 강하게 기를 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청서익기탕 등의 처방이 쓰인다.
여름 더위를 먹으면 갈증이 심해 차가운 음료만 찾는 ‘여름형 식욕부진’도 생기기 쉽다. 평소에 잘 먹는 사람이 유독 여름에만 식욕이 떨어지는 것으로, 주의할 것은 찬 음료만 마시게 되면 소화액이 희석될 뿐 아니라 소화효소가 작동할 수 있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니 소화불량까지 생길 수 있다. 과도해진 열을 식혀주면서 진액을 보충하여 갈증을 완화시켜야 하는데, 죽엽석고탕 등의 처방이 쓰인다. 평소 위장이 약한 사람은 여름에 더욱 속이 허해져 위장염이 발생하기도 쉽다. 배가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며 구토와 설사도 보이는데, 이때는 습열을 풀면서 위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도움이 된다.
이외에, 여름에 더위 먹는 증상만큼이나 자주 겪는 것이 냉방병이다. 실내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으로 피부가 수축하고, 얼음 음료가 끊임없이 위장으로 들어와 허해진 위장을 더욱 차갑게 만든다. 이로 인해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며, 발열 오한이 있거나, 가슴과 배가 아프고 구토,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냉방이 강한 실내에 주로 있다면, 1시간에 5분씩 바깥으로 나와 몸을 움직여주며 약간 땀을 내면 체표의 한기를 풀어줄 수 있다. 유치원 하원길에 아이의 몸이 지나치게 차갑다면, 돌아오는 길에 약간 땀을 내도록 시간을 들여 걸어오는 것도 좋다. 증상이 심하다면 체표의 한기를 풀어주고, 위장도 달래주는 처방을 쓸 수 있다.
무더위로 인해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보충이다. 이 때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이 흡수가 가장 빠르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은 땀이 많으면서도, 놀이에 집중해 물을 자주 마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컵을 이용해 재미를 붙여서, 1시간에 한 번 정도 몇 모금이라도 물을 마시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탄산음료, 과일주스 등은 당분이 지나치게 많아 갈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순수한 물이 가장 좋다. 물 대신 마시는 보리차는 진하지 않게 준비한다.
충분한 수면도 필수적이다. 땀을 흘리고 기가 소모된 상태에서 수면이 부족해지면 더욱 기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더위로 힘들었던 날에는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잠에 들어 몸에 충분한 회복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뱃속의 양기가 허해질 때 필요한 것이 보양식이다. 땀이 많은 사람보다 기가 허해서 땀이 줄줄 새나가고 식욕이 떨어진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카레와 같은 성질이 따뜻한 음식은 찬 것을 많이 먹어 변이 무르거나 배앓이가 오가는 사람에게 좋다. 더위로 입맛을 잃었을 때는 오미자, 매실, 오이냉국 같은 새콤한 음식을 곁들여주면 늘어진 기운을 수렴시키면서 진액을 보충하여, 입맛을 돌게 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