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인태 전략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편승하는 의미라는 게 중론이었으나, 그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에 대한 배려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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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아세안을 무대로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인태 전략의 3대 협력 원칙으로 △포용 △신뢰 △호혜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중국 경제 전문가인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3대 협력 원칙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당대회 보고에서 언급한 주변국 외교 기조와 순서까지 똑같다”며 “한국이 중국을 매우 존중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말 열린 중국 당대회 보고에서 나타난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 중 한국에게도 함의를 가지는 부분은 ‘주변국 외교’ 부분이다.
시진핑 주석은 주변국 외교에서 △우호 △상호 신뢰 △이익 융합을 심화할 것임을 언급했는데, 한국판 인태 전략의 3대 협력 원칙인 △포용 △신뢰 △호혜와 내용이 유사함은 물론 순서까지 똑같다고 지 연구위원은 짚었다.
이어 “시진핑의 10월 16일 연설을 11월 11일 한국의 인태 전략이 그대로 받아준 모양새”라며 “만약 내가 중국 외교부 직원이었다면 매우 기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역시 정부의 외교 방향이 ‘미국 일변도’라거나 ‘균형 외교를 버렸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중국과의 외교적 공간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만나 “시진핑 주석과 회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무난하게 잘 진행됐다”며 “고위당국자들이 자주 만나고 소통해 상호 현안에 대해 오해 없게 잘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 연구위원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포용적, 호혜적 관계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미국 질서를 따르더라도) 동북아 현실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의미”라며 “어쨌든 한국과 중국이 같은 주제로 마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시작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