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머니] 아파트 한 채 맞먹는 '똘똘한 한 점' 찾을까

오현주 기자I 2021.12.13 03:30:01

12월 서울·케이옥션 242억원 출품 앞두고
1∼11월 미술품 경매서 총거래액 2968억
국내 경매사상 처음 3000억 돌파 눈앞에
서울옥션 이우환 희귀 붉은 '선으로부터'
추정가 20억에 나와 상승 그래프 이어가
케이옥션 박수근 말년작, 김환기 등 내놔

이우환의 ‘선으로부터’(From Line·1982). 연작 ‘선으로부터’ 중 가장 큰 크기(182.6×226.5㎝)에, 드물게 붉은색 작품으로도 눈길을 끈다. 14일 서울옥션 ‘제164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20억원을 달고 나왔다. 오른쪽은 김환기의 1960년대 파리시대 작품 ‘무제’.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로 여는 22일 케이옥션 ‘12월 경매’에 추정가 9억∼10억원을 달고 출품했다(사진=케이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예상했던 일이다. 올해 치고 올라선 미술시장의 활황 규모가 심상치 않았으니까. 지난해 바닥으로 꺼지다 못해 지하로 떨어졌던 초라한 성적을 감안한다고 해도 말이다. 드라마틱한 반전 그 이상이다.

피부로만 체감하던 대역전 스토리가 수치로 드러났다.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총 거래액이 약 2968억원으로 집계된 거다. 12월 한 달을 남겨두고 11월까지 계산한 낙찰총액이 벌써 이 정도다. 12월에 서울옥션·케이옥션이 준비한 메이저 경매에 나서는 미술품이 242억원어치나 대기 중이니 국내 경매사상 처음으로 3000억원대 시장 규모에 도달하는 건 진짜 시간문제가 됐다.

이는 이달 초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1 11월 기준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에서 나온 성적이다.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케이옥션을 비롯해 꼬모옥션·라이즈아트·마이아트옥션·아이옥션·에이옥션·칸옥션·토탈아트옥션·헤럴드아트데이 등 10곳 경매사가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온·오프라인에서 거래한 낙찰총액을 모두 더한 결과다.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세는 거세졌다.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의 총 거래액이 약 1483억원이었으니, 7∼11월에 148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는 얘기다. 사실 상반기 통계로만 볼 때도 최근 5년래 이런 호황은 없었다. 지난해 490억원으로 바닥을 쳤을 때보다 3배 이상 뛰었고, 상반기 중 시장이 가장 좋았던 2018년 1030억원보다도 50%쯤 늘어났다. 2019년 826억원, 2017년 998억원과는 비교가 안 됐더랬다. 결국 상반기뿐만 아니라 상·하반기 통틀어서도 지난해 대비 경매시장 규모는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가 작품 쿠사마 야요이 ‘호박’…낙찰총액 최고 작가 ‘이우환’

올해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낙찰된 작품은 지난달 서울옥션 ‘윈터세일’에서 54억 5000만원에 팔리며 미술시장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쿠사마 야요이(92)의 ‘호박’(1981)이다. ‘호박’은 역대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최고가 작품을 줄 세울 때 10위에 해당한다. 뒤를 이어선 김환기의 ‘1-Ⅶ-71 #207’(1971)로 8월 ‘제162회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에서 40억원에 낙찰됐더랬다.

쿠사마 아요이의 1981년 작 ‘호박’(Pumpkin). 50호(16.7×90.3㎝) 크기의 이 작품은 23일 서울옥션 ‘윈터세일’에서 54억 5000만원에 팔리며 국내서 거래된 쿠사마 작품을 통틀어 최고가를 쓴 동시에 올해 국내 경매서 팔린 모든 작품 중 가장 비싼 낙찰작이란 기록을 동시에 꿰찼다(사진=서울옥션).


낙찰총액이 가장 높은 작가 1위는 이우환(85)이다. 362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뒤를 이어선 쿠사마 야요이 334억원, 김환기 208억원 순이다. 10위 안에 든 작가 중 눈에 띄는 작가라면 이배와 우국원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경매스타’라 할 만하다. 이배 51억원, 우국원 42억원어치가 낙찰됐다.

작품거래가 가장 많았던 작가 순위 1위에는 김창열이 올랐다. 384점을 성사시켰다. 2위는 이우환 381점, 3위는 문형태 269점, 4위는 이왈종 258점이다.

◇2년 만에 10억 껑충한 ‘동풍’에 맞불 놓은 ‘선으로부터’

최종 집계야 12월 경매가 모두 마무리된 다음에 나올 테지만, 총액을 얼마만큼 끌어올릴 건가는 또 다른 차원의 관심거리다. 그중 하나, 그 크기를 결정할 키를 쥔 작품 한 점이 있다. 낙찰총액 1위 작가 이우환이 1982년에 그린 ‘선으로부터’(From Line). 14일에 여는 서울옥션 ‘제164회 미술품 경매’에서 추정가 20억원으로 나왔다.

이우환의 ‘작가 최고가 작품’ 기록은 ‘동풍’(East Winds·1984)이 가지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옥션 ‘제162회 미술품 경매’에서 31억원에 낙찰되며 “한국 생존작가 중 미술시장에서 30억원을 넘긴 건 처음”이란 기록으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 나서는 ‘선으로부터’에 또 한번 비상한 관심이 쏠리게 됐는데, 지난 ‘동풍’의 선례 때문이다. ‘동풍’ 역시 추정가 20억원에서 출발해 31억원까지 호가를 끌어올리며 치열한 낙찰경쟁을 펼쳤던 거다.

이우환의 1984년 작 ‘동풍’(East Winds). 지난 8월 서울옥션 ‘제162회 미술품 경매’에서 31억원에 낙찰되며 이우환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이 됐다. 2019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20억 4000만원(1350만홍콩달러)에 팔렸던 작품이 다시 시장에 나와 2년도 채 안 돼 몸값을 10억원이나 끌어올리기도 했다(사진=서울옥션).


게다가 빨간 라인의 ‘선으로부터’는 이우환의 희귀작으로 꼽힌다. 우선 연작 ‘선으로부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150호(182.6×226.5㎝)다. 붉은색이 주조색이란 점도 특별하다. ‘동풍’을 비롯해 이우환이 즐겨 쓴 색에는 푸른 계열이 많았다.

결정적으로는 훈풍에 돛을 제대로 내건 이우환의 작품값 상승과 관련이 있다. ‘동풍’ 이전 ‘작가 최고가 작품’은 지난 6월 서울옥션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서 22억원에 팔린 ‘점으로부터’(1975)였던 터. 그러니 두세 달 간격으로 자체 기록을 갱신하며 치고 올라가는 그래프 역시 ‘선명한 붉은색’이라고 할 수밖에. 게다가 ‘동풍’은 2019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20억 4000만원(1350만홍콩달러)에 팔렸던 작품이 다시 시장에 나온 경우로, 2년도 채 안 돼 10억원이나 몸값을 끌어올린 셈이다.

◇서울·케이옥션 올해 마지막 경매…272점 242억원어치 출품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로 여는 서울옥션·케이옥션의 경매가 이달 각각 한 차례씩 예고돼 있다. 14일 서울옥션 ‘제164회 미술품 경매’에선 159점 127억원어치가, 22일 케이옥션 ‘12월 경매’에선 145점 115억원어치가 나선다. 서울옥션에선 이우환 ‘선으로부터’를 앞세워 박서보 ‘묘법 no.910614’(1991·추정가 5억∼7억원),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 76-2-2019’(2019·추정가 1억 8000만∼2억 5000만원) 등을 출품한다.

케이옥션에선 박수근(1914∼1965)의 ‘공기놀이하는 아이들’(1965·추정가 6억∼8억 5000만원)이 눈에 띈다. 작가가 타계하던 해에 그린 작품으로 그의 마지막 역작 중 하나로 꼽힌다. 크기는 작지만 구도와 색감, 재질에서 대가의 원숙함이 묻어나고, 공기놀이하는 소녀들이 둘러앉은 모습에도 생동감이 있다. 가나아트에서 연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2014), 갤러리현대서 연 ‘박수근 45주기 기념전’(2010), ‘박수근 30주기 기념전’(2002) 등에 나왔던 작품이다. 이외에도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해가는 지점에 나온 김환기의 파리시대 작품 ‘무제’(1960s·추정가 9억∼10억원), 자홍색 땡땡이를 입체감 있게 화면에 배치한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점’(Infinity-Dots·2003·추정가 11억∼17억원) 등이 대표작으로 나선다.

박수근의 1965년 작 ‘공기놀이하는 아이들’.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로 여는 22일 케이옥션 ‘12월 경매’에 추정가 6억∼8억 5000만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케이옥션).


미술품 경매에는 경매가 열리기 직전까지 누구나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프리뷰 기간이 있다. 고가의 작품들을 새 주인이 낚아채 가기 전 ‘공평한 감상권’을 누릴 수 있다. 서울옥션은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경매 당일인 14일까지(오전 10시∼저녁 7시), 케이옥션은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11일부터 22일까지(오전 10시 30분∼오후 6시30분까지) 열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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