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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北, 2인자 `제1비서직` 공석 무게…후계구도상 김여정 가능성”

김미경 기자I 2021.06.03 00:10:00

2일 북한 개정한 노동당 규약 뜯어보니
김정은 ‘대리인’ 명시, 수령 체제 위한 것
대리인=후계자·후계 대리인=백두혈통 김여정
제1비서에 조용원 가능성 낮아 선그어
김정은당 완성·北 더는 통일 지향 안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일 북한이 조선노동당 규약(당규약) 내 ‘제1비서’직을 신설한 것과 관련해 “수령 체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놨다. 후계 구도상 마련한 자리로 현재는 공석이지만 향후 김여정 부부장이 등용될 가능성에 무게들 뒀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북한이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당 규약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제3장 ‘당의 중앙조직’ 제26항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제1비서, 비서를 선거한다. 제1비서는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해당 직책과 인물이 북한 공식 매체 보도를 통해 아직 확인된 적은 없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왼쪽부터), 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조용원 당 비서(사진=연합뉴스 갈무리).
이 전 장관은 먼저 제1비서를 당대회 없이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명시한 대목을 두고 “수령의 신상이 위급할 때나 대신할 경우 당 대회라는 복잡한 절차 없이 신속히 선임하도록 한 것”이라며 “대리인인 제1비서는 후계자, 그리고 후계를 이어주는 인물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리인은 기본적으로 백두혈통만이 가능해 (김정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을 유사시 제1비서로 등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테면 김여정 부부장이 제1비서를 맡으면서 김 총비서의 어린 자녀가 세습이 가능할 때까지 김 총비서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제1비서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선 “대부분 인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북한 당국의 인사정책 경향으로 볼 때 미지정된 것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김정은 총비서의 최측근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제1비서를 맡고 있거나 맡을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선 이 전 장관은 “정치국 상무위원의 총비서 위임에 따른 정치국 회의 주재 조항이 별도로 있는 것으로 보아, 백두혈통이 아닌 조용원에게 대리인을 부여할 가능성 낮다”고 선을 그었다.

또 새 당 규약에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이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같은 권능을 가지고 사업한다”는 내용이 삭제된 것에 대해선 “더는 조명록·황병서 같은 사실상의 국가권력 이인자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전 장관은 북한이 더는 통일을 지향하지 않고 있으며 ‘남조선 적화전략’도 사실상 포기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 전장관은 당의 당면 목적 부분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이 삭제된 것은 북한의 ‘대남 혁명’(적화전략)이 사라진 것으로, “기존에 북한의 대남전략변화(남조선적화 전략 포기) 주장에 대해 많은 이들이 논쟁을 벌여왔지만, 이번 당규약 개정으로 논쟁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론 약화되면서 규약에서는 사실상 ‘남조선혁명론’이 소멸됐다며 “북한이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북한 노동신문을 보면 통일 관련 제대로된 사설이나 논설을 보지 못했다. 김정은시대 들어와 통일담론을 만들고 있지 않다. 남조선 혁명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또 개정 규약을 통해 ‘김정은당 완성’이 이뤄졌다고도 분석했다. 이 전 장관은 전후 규약을 비교하며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지도적 지침’에서 ‘영원한 기치’로 바뀌어 그 영향이 희석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규약 내 수령, 김일성, 김정일 호명 횟수도 줄었다. 수령은 15회→8회, 김일성은 47회→9회로, 김정일은 39회→10회로 줄어든 것 같다”며 “김정은 당의 완성 의미를 지닌다. 기존에 북한식 김일성-김정일의 당에서 정통 마르크스시즘 당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선대 영향이 줄고 김정은 체제의 색이 강화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료=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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