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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장 상인들은 새로 지어진 신시장이 구조가 잘못됐고 임대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수협은 현재 신시장 구조는 전체 판매상인 가운데 80%가량이 동의해 결정했으며 임대료 또한 상인들과 합의해 최소화 한 결과며 3억원 가량의 연간 매출액에서 1.6% 가량을 차지하는 임대료가 상인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수협은 현재 구시장에서 농성중인 상인들은 시장 진입로 등 상대적으로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신시장 이전시 불이익을 우려해 구시장 유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20여개 점포 불꺼진 구시장서 기약없는 버티기
4일 오후 찾은 노량진구시장에는 120여개 잔류점포가 발전기를 돌려 불을 밝힌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버티던 가게들 중 절반이 단전·단수 조치에 백기를 들고 신시장으로 이전한 탓에 구시장은 휑한 모습이었다.
수협은 지난달 5일 구시장 잔류 점포 258곳에 대해 단전·단수를 단행했다. 이후 258개 점포 중 127개가 신시장 이전 신청을 했으며 이 중 5개가 신청을 철회해 최종 122개 점포가 입주를 완료했다. 자진퇴거한 9개 점포를 제외한 127개 점포가 구시장에 남았으나 최근 몇몇 점포가 추가퇴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전·단수 닷새째던 지난달 9일 수협은 ‘더 이상 신시장 입주 신청은 없다’고 못 박았다. 남은 상인들에게는 구시장을 끝까지 지키거나 아예 노량진을 떠나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30년 넘도록 구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박모(70)씨는 “단전·단수 이후 한 달 동안 손님이 10분의 1로 준 것 같다”며 “발전기를 돌리는 데만 하루에 4~5만원씩 들어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모(53)씨는 “단골들 덕에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며 “발전기를 돌리느라 돈이 좀 더 들기는 하지만 현재는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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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 투쟁’ 글자가 선명한 조끼를 입은 몇몇 상인들은 연탄불에 몸을 녹여가며 굴착기와 바닥이 부서진 구시장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최근 수협이 안전 사고 위험을 이유로 주차타워와 강변 임시주차동 폐쇄를 위한 작업에 나섰다가 상인들이 막아선 탓에 공사를 일시중단한 곳이다.
수협에 따르면 구시장 상인들이 지난 1일 구시장 폐쇄 작업에 투입된 굴착기 수리 확인을 위해 컨테이너 박스에 올라선 직원을 끌어내렸다. 해당 직원은 골절 및 십자인대·연골 파열 등 전치 6개월의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관계자는 “수협 현대화사업팀장과 굴착기 기사 등 이번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현장 채증 동영상 등을 바탕으로 동작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04년 수산물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국책사업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 2016년 3월 신시장이 개장했지만 일부 구 시장 상인들은 신시장으로 이전하면 임대료가 늘어나고 점포 규모가 줄어든다며 반발했다.
지난 8월 17일 대법원이 구 시장 상인 358명을 피고로 하는 명도소송에서 수협에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구 시장 상인들은 ‘구 수산시장 존치’를 요구하며 불법 점거를 이어갔다.
구시장 상인들은 매일 저녁 수협의 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달 23일 법원이 구시장 상인들이 수협을 상대로 낸 단전·단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