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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패스라웨는 경영권 매각을 위해 주관사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주관사 선정을 마치면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할 거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네패스라웨는 지난 2020년 네패스의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지(FO-PLP)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했다. 출범 4년 동안 누적 적자가 2500억원에 달할 만큼 극심해진 탓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패스라웨는 설립 초기부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외부 수혈에 나섰다. 기존 팬인(FI)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패키징 공법으로 알려진 FO-PLP 기술의 성장성에 베팅한 것이다. 2020년 3월 BNW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기업은행이 700억원 규모 투자를 시작으로 2021년 SG 프라이빗에쿼티(PE), 한투 PE, SKS PE 등이 1300억원 규모 추가 투자에 나섰다. 이들이 네패스라웨의 전환사채(CB)와 전환우선주(CPS) 투자에 투입한 금액만 2100억원에 달한다.
네패스라웨에는 모기업의 수혈도 이어졌다. 네패스는 물적분할 직전 해인 2019년 패키지 기술기업 데카의 필리핀 생산라인을 389억원에 인수했고, 충북 청안 공장을 설립한 뒤 1553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네패스라웨 설립 이전에 이미 2000억원 가까운 네패스의 자금이 흘러들러간 셈이다.
안팎에서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네패스라웨의 출범 이후 성과는 초라했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전방 수요가 약화된데다 연구개발(R&D) 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재무 구조는 빠르게 악화됐다. 현재 네패스라웨는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20년 출범 첫해 -304억원을 기록한 연결기준 영업이익(손실)은 △2021년 -636억원 △2022년 -698억원 △2023년 -846억원으로 4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이 기간 누적 적자만 2484억원에 달한다. 결손금도 2020년 368억원에서 지난해 1776억원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네패스라웨에 투자한 FI들의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CB와 CPS 투자 당시 FI들은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을 달아 42개월의 기한을 두고 이후 매 3개월마다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네패스라웨의 상환 능력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다.
11번가처럼 FI 주도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 해도 원매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네패스라웨의 차입금은 1800억원에 달한다. 성장성이 답보 상태에 빠진데다 수년째 지속된 적자 행진, 수천억원의 부채를 함께 떠안아야 하는 만큼 인수 측 입장에서는 네패스라웨가 매력적인 매물로 보이기 어려운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네패스라웨가 매각 주관사를 물색하고 있지만 절차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네패스라웨의 영업손실이) 모회사 네패스의 실적도 갉아먹고 있어서 상황이 여러모로 좋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