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일본 출판계를 뒤흔든 화제작 ‘헌치백’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꼽추’(Hunchback)를 뜻하는 영어 제목의 소설은 중증 장애인의 성적 욕망을 정면으로 다룬 문제작이다. 지난 7월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실제 소설을 쓴 이치카와 사오(44)는 중증 척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수상 당시 시상식에서 장애인을 배제한 일본 출판 문화를 비판하고 ‘독서 배리어 프리’를 호소해 큰 화제를 모았다.
자전적 소설인 ‘헌치백’은 신음소리 가득한 성인 소설의 한 부분으로 시작한다. 소설 속 주인공 샤카는 성인 소설을 쓴다. 그리고 중증 척추 장애 여성이다. 그녀는 휘어지고 뒤틀린 등뼈 때문에 인공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다.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선 식사와 목욕도 불가능하다.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그는 태블릿으로 성인 소설과 잡글을 써서 번 푼돈을 기부하며 살아간다.
샤카는 익명의 트위터 계정에 “고급 창부가 되고 싶다”,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 따위의 욕망을 곧잘 쏟아낸다. 그러다 남성 간병인에게 1억엔을 제안한다.
인터넷 밈과 은어를 과감히 차용한 소설 속 문장들은 뻔하지 않고 도발적이다. 소설가 김초엽은 ‘헌치백’을 두고 “장애의 물질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온몸으로 돌진하는 소설”이라고 했고, 작가 정지아는 “중증 장애인의 치열한 생존기가 아닌 발칙한 인간선언문”이라고 썼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현실사회를 이야기하는 힘을 가진 한국문학은 비슷한 고민과 억압에 고통받아 온 일본 사람들을 깊은 공감으로 이끌어줬다”면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그려낸 장애 여성의 성과 삶, 로맨스 이야기는 수많은 감정과 창작 의욕의 원천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