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은 SK, GS 등 대기업도 일찌감치 뛰어들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으로 아파트마다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만큼 그 성장세는 보다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버온은 KDB산업은행, DSC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L&S벤처캐피탈, 산은캐피탈, 나우IB캐피탈,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서울투자파트너스, 이앤벤처파트너스 등으로부터 50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지했다. 당초 에버온은 PE(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목표로 출자를 타진했으나, 다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목표 금액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사들은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맞게 충전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총 20만5205대로 전년보다 92%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충전기 증가분의 94%가 완속 충전기다.
고속도로 주유소 등에 설치되는 급속 충전기와 달리 완속 충전기는 주로 거주지에 설치된다. 지난해 정부는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촉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개정안은 전기차 충전 시설과 전용 주차구역을 1~3년 안에 일정 규모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새 아파트의 경우 총 주차대수의 5%, 이미 지어진 아파트는 2%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빨라질수록 충전기 인프라 역시 함께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독일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3년 550억달러(약 70조원) 규모에서 2030년 3250억달러(약 41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7년에 걸쳐 약 6배의 성장이 기대되는 셈이다.
◇ 완속 충전기 업체 빅3…대기업 시장 진출 잇따라
에버온은 LG CNS의 전기차 충전 자회사로 출범해 2016년 독립했다. 전국에 약 3만대에 달하는 충전기와 10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에버온은 파워큐브, 차지비와 함께 국내 완속 충전기 업체 ‘빅3’로 꼽힌다. 현재 국내 완속 충전기 시장은 약 30여개의 업체가 경쟁 중이다.
에버온은 출범 초기 전기차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후 전기차와 함께 충전 인프라를 운영하면서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자 자격을 따냈다.
에버온은 유동수 대표가 최대주주로, SK네트웍스가 2대 주주로 있다. 이번 투자로 일부 지분율 변화는 있으나 1·2대 주주의 변동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초 에버온에 100억원 규모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에버온은 2021년에는 하이투자파트너스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잇따라 전기차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SK그룹은 에버온 외에도 지난 2021년 293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충전 장비 업체 시그넷이브이(현 SK시그넷)를 인수한 바 있다. SK E&S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 뿐만 아니라 충전소 운영도 가능한 충전 솔루션 기업인 미국의 에버차지도 품었다.
LG전자와 GS에너지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충전 원천 기술을 보유한 애플망고를 함께 인수한 바 있다. GS에너지는 또 지난해 말 500억원을 투자해 에버온의 경쟁 기업인 완속 충전기 업체 차지비의 지분 50% 이상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거스를 수 없는 증가 추세”라며 “이에 맞게 충전기 사용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대기업 그룹 역시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