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영어유치원에 대한 선호도가 치솟고 있다. 일반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만3~5세 대상 교육과정(누리과정)이 학습이 아닌 ‘놀이’ 중심으로 개편된 영향이 크다. 사교육에 해당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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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017년 474곳에서 지난해 811곳으로 337곳(71.1%) 증가했다. 전국 사립유치원이 2017년 4282곳에서 지난해 3446곳으로 836곳(19.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영어유치원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영어유치원 입학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고가의 원어민 과외를 시키는 경우 있다. 서울 강남에서 6세 딸을 키우는 김모(41)씨는 “아이를 보내고 싶은 영어유치원의 입학시험이 어려워 과외를 시켰다”며 “월 5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영유아 전문 과외 교사를 구했고 아이는 올해 합격해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영어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는 절대적이다. 서울에서 5세 아들을 키우는 정모(37)씨는 “영어유치원의 원비가 일반유치원보다 10배 비싸지만 그만큼 효과가 크다”며 “일반유치원에선 한글을 떼기도 어렵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6세 딸을 키우는 김모(35)씨도 “경제적 형편이 된다면 무조건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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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단계의 국가 교육과정인 누리과정(만3~5세 교육과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도 한몫 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9년 누리과정을 학습 중심에서 놀이 중심으로 개편했다. 놀이·체험활동을 통해 문자에 대한 호기심만 높이고 한글학습은 초등학교 입학 후 배우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립유치원 대부분은 영어교육은 커녕 한글교육조차 못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0년 시행한 ‘2019 개정 누리과정 모니터링·지원방안 연구’에서 학부모 51.7%가 ‘놀이만 하다가 초등학교 진학 후 학교에 잘 적응할지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유치원 교사들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립유치원 교사 박모(31)씨는 “원생들 대부분이 사교육을 통해 한글이나 영어를 배우고 있다”며 “놀이도 중요하지만 학습도 이뤄져야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교육부는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제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놀이중심 누리과정 안착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글교육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이기에 누리과정에서의 한글교육은 불가하다”며 “학부모들의 불안을 고려해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전문가들은 누리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사교육이 증가하며 아이들의 학습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놀이중심 유아교육은 아이들의 학습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놀이도 중요하지만 유치원 단계에서 문해력·수리력 함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