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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1월 20일 무렵인 대한보다 1월 5일 무렵인 소한이 더 추워 소한 즈음은 일년 중 가장 추운 기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던 시기도 바로 소한쯤이었다. 1981년의 소한은 당해 1월 5일이었다. 경기도 양평군은 그해 소한에 무려 최저 기온 영하 32.6도를 기록했다.
남부 지방은 겨울이라도 영하만 내려가도 춥다는 얘기가 대번에 나오고 춥기론 둘째 가라면 서럽다는 서울도 영하 10도 아래면 ‘기록적인 한파’ 정도의 수식어는 반드시 따라야 할 정도인데, 영하 32.6도라면 상상하기조차 힘든 기온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인류의 영구 정착을 여전히 허락하지 않는 유일한 곳인 남극의 연평균 기온이 영하 23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충 감이 올지도 모르겠다.
영하 32.6도의 이 기록은 우리나라 기상청 공식 관측 사상 최저 기온으로 2023년 1월 5일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역대 최저 기온 1~4위를 모두 양평군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평군은 1981년 1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연속 영하 30도 미만의 최저 기온을 기록했고, 이것이 우리나라 역대 최저 기온 순위 톱4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는 양평군의 살인적 추위를 ‘북극권이 된 양평’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기술했다. 해당 매체는 1월 7일자 기사에서 양평의 추위를 “양평을 통과하는 차들의 차창엔 성에라기보다는 차라리 두꺼운 얼음이 끼어 시야를 가려 버렸고 거리는 은백의 눈에 파묻힌 채 가라앉았다”고 표현했다. <경향신문> 역시 당시 양평의 모습에 대해 “양평은 다음날인 6일에도 기온이 영하 31.5도까지 내려가 마치 동토처럼 꽁꽁 얼어붙어 9만6000명의 주민들은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 죽음의 마을을 방불케 했다”고 묘사했다. 7일자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피해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종종걸음으로 바삐 귀가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실었다.
실제 양평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지형으로 겨울철엔 시베리아 대륙에서 내려온 북극 한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라앉으며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981년은 비단 양평뿐 아니라 전국이 추위에 몸살을 앓았다. 1981년 정초부터 겨우내 지속된 혹한은 초여름에 접어드는 시기인 5월 말까지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농수산부(현 농림축산식품부)가 기온이 영상 5도 미만으로 떨어지는 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이상 저온에 대비해 냉해 비상 태세에 돌입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