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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저항하던 은행 직원이 강도의 공격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격에 의한 사망이었다. 총기 제조와 유통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한국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였다. 범행에 쓰인 총기는 두 달 전 경찰관이 빼앗긴 그 권총이었다.
세밑에 발생한 강력 사건에 치안 공백 우려가 커졌다. 곧 월드컵을 앞둔 것도 걱정이었다. 총기를 회수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이 커졌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범인을 추적했다. 월드컵이 끝나고 2002년 8월29일 은행강도와 공범을 포함한 범인 3명을 체포했다. 이제 경찰관에게서 총기를 빼앗아 이들에게 팔아넘긴 범인 2명을 잡으면 수사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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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경찰관을 습격해 권총을 빼앗은 이들도, 나중에 은행을 턴 이들도, 은행직원을 살해한 이들도 동일인이었다. 경찰은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릴없이 현상금을 두 배로 올렸지만 진척이 없었다. 사건은 그렇게 잊혀갔다.
진범이 잡힌 것은 올해 9월이다. 진범은 당시 경찰이 권총 판매상으로 보고 쫓던 2명이었다. 이들은 체포 이후 당시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은행을 털기 전에 경찰관에게서 권총을 빼앗고, 그러려고 차를 훔친 것을 인정했다. 이후 은행 직원을 살해하고, 3억원을 훔친 것 등등을 자백했다.
그런데 유독 권총의 행방은 진술이 엇갈렸다. 한 명은 범행 이후 권총을 야산에 묻었다가 훗날 다시 찾아서 분해해 여기저기에 버렸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권총을 바다에 버렸다고 했다. 범인은 재판이 시작되자 자신은 총을 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서 내용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사라진 권총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