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001년) 도입부에는 수영선수 조오련이 언급된다. 등장인물이 유년기 부산 바닷가에서 놀다가 주고받는 대사에서였다. 대답은 “조오련”이었다. 조오련이 아시아의 물개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과정을 함께 유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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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니 천재적인 실력을 금세 드러냈다. 1970년 12월 방콕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전까지 한국신기록 14개를 갈아치웠다. 수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 만에 거둔 성적이다.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우승해 2관왕을 차지했다. 전부 아시아 신기록이었다.
금메달보다 값진 것은 두 차례 모두 일본 선수와 대결에서 거둔 승리였다. 당시 일본이 제패해온 아시아 수영 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일본 언론은 고교생 신예 조오련을 두고 `수영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일본 수영왕을 이겼다`고 특필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국민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의 나이 1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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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 1980년 8월11일 대한해협을 수영으로 건너는 역사적인 시도를 한다. 그날 새벽 0시5분 부산 다대포 반도조선방파제에서 바다에 몸을 던졌다. 최소한의 장비로 떠난 여정이었다. 수경과 스노클만 착용한 그의 뒤를 배 3척에 나눠탄 의료진과 동료가 뒤따랐다. 상어나 어류로부터 공격을 막고자 특수제작한 철제 안전망을 친 게 전부였다.
이제부터 스스로와 싸움이었다. 매시간 영양을 보충하는 과정에서 먹은 빵과 음료수가 소화불량을 일으켰다. 소화제를 먹고서 간신히 컨디션을 회복했다. 디스코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지루함을 견뎠다. 근육이 경련을 일으킬 수 있어서 한시도 몸을 가만둘 수 없었다. 도전을 앞두고 서울에서 전남 해남까지 걸어 지구력과 인내심을 길렀던 게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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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82년 영불 사이 도버해협을, 2002년 다시 대한해협을, 2003년 한강 600리를, 2005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93km를, 2008년 독도 33바퀴를 각각 수영했다. 대한해협 횡단 30주년을 기념해 재도전을 준비하던 2009년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