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작
동물·사람 함께 살고 숨쉬는 숲 이야기
작가 반려견 모델로 에피소드 이어가
세상 모든 생명체 가진 애틋함 일깨워
| 채혜선 ‘친구들’(Friends·2021)(사진=영은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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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회색털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눈을 가린 발 틈새로 흘깃거리고 있는 것은 나무에 매달린 달팽이와 작은 새들일 터. 부끄러운 건지 무서운 건지, 어쨌든 인간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사랑스러운 한무리의 동물들이 화면의 주·조연을 다 차지하고 있다. 저들이 놓인 배경도 훈훈하긴 마찬가지다. 자연물 중 늘 낭만적 정서의 정중앙을 관통해온 자작나무숲이니 말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따뜻한 그림’의 전형을 이룬, 작가 채혜선(58)이 부른 ‘친구들’(Friends 2021)이다. 작가는 동물과 사람, 또 그들이 살고 숨 쉬는 숲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 이야기를 대신 꾸려가는 대단한 조력자가 있으니, 작가의 반려견을 모델로 삼은 ‘룽키’란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가진 애틋함을 일깨워줬다는 그 회색개는 작가의 작품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생명·관계·교감의 가치를 온몸으로 설파한다.
룽키 만큼이나 작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자작나무 역할도 적잖다. “앞이 캄캄할 때 꿈꾸게 되는 고고하고 우아한 ‘이상’이 아닐까”라며 묵직한 의미를 심었다.
26일까지 경기 광주시 청석로 300 영은미술관서 여는 개인전 ‘자작나무숲의 친구들’(Friends in the White Birch)에서 볼 수 있다. 올해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작가’로 선정된 작가의 회화작품을 걸었다. 캔버스에 아크릴. 162.2×130.3㎝. 작가 소장. 영은미술관 제공.
| 채혜선 ‘친구들’(Friends·2021), 캔버스에 아크릴, 53.0×45.5㎝(사진=영은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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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혜선 ‘친구들’(Friends·2021), 장지에 혼합재료, 53.0×45.5㎝(사진=영은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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