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김주형(25·여)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겜잘알(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됐다.
김 씨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어렵고 비대면 강의로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서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 그는 “손가락 터치만으로도 진행할 수 있는 ‘무한의 계단’과 ‘두들 점프(Doodle Jump)’같은 게임 2~3개를 번갈아 가며 즐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게임 이용이 늘고 있다. 특히 게임이 단순하고 진입장벽이 낮을 수록 앱 설치 증가율이 높았다. 모바일앱 시장조사업체 앱스플라이어의 ‘게임 앱 마케팅 현황 리포트 2020년 에디션’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모바일 게임 앱 설치가 45% 급증했다.
특히 MZ세대들 사이에서 난이도가 매우 낮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앱스플라이어에 따르면 하이퍼 캐주얼·캐주얼 게임이 특정 매니아 시장인 하드코어와 소셜 카지노 게임보다 성장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인기가 짧고 강렬한 미디어를 선호하고 확실한 성취감을 원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심심풀이 땅콩처럼 하이퍼 캐주얼 게임 즐겨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쉬는 시간이나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등 짧은 시간에 즐기기 좋다.
김모(25·여)씨는 “게임을 할 때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고 집중하지 않아도 돼 버스를 기다리며 즐겼다”고 했다. 또 김 씨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지루해지면 유튜브 화면을 작게 한 후 게임을 하기도 한다.
김형환(28·남)씨도 “공부를 하다 잠깐 쉬는 시간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설치했다”고 했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대체로 패턴이 비슷해 게임을 고를 때 디자인을 중요시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씨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10개 넘게 즐겨봤는데 거의 비슷하고 심지어 완전 똑같은 게임도 있다. 그래서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디자인이 예쁜 게임을 선택한다”고 했다.
게임 하며 적은 에너지로 ‘확실한 성취감’ 추구
하이퍼 캐주얼 게임 사용자들은 큰 고민 없이 확실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박소현(여·28)씨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레벨업 등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다른 게임보다 빨라서 좋다"며 "빠른 성취 경험이 중독되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황진주(25·여)씨도 생각 없이 성취를 이룰 수 있어 게임 ‘무한의 계단’을 즐긴다. 무한의 계단은 버튼 두 개를 클릭해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다.
황씨는 "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손쉬운 실력 향상과 미션 해결에서 오는 성취감"이라며 "무한의 계단은 빠르고 즉각적인 성취감을 주는 데에 특화됐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만드는 인디게임 개발 업계의 고민은 깊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인기가 높아졌다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이 레드오션이라 개발자들이 변화를 실감하지는 못한다는 것.
인디게임 개발사들은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종류가 워낙 많아 출시하는 게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인 인디게임 개발사 ‘에떼소프트’는 올해 초 하이퍼 캐주얼 게임 ‘배달의 왕’과 ‘미니냥’을 출시했다.
류동훈 에떼소프트 대표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경우 중간 광고가 많아 흐름을 깨는 경우가 있다"며 "배달의 왕과 미니냥은 게임 중간에 나오는 광고에 민감한 국내 게임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중간 광고를 최소화했다"고 했다.
전문가 “MZ세대는 짧고 강렬한 미디어에 매력 느껴”
전문가는 MZ세대는 짧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미디어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또 불안정한 현실에서 얻기 힘든 성취감을 미디어와 콘텐츠 소비로 확실하게 얻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남기덕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조작법이 매우 단순하고 빠르게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MZ세대의 소비 성향에 딱 들어 맞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레드오션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눈에 띄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게임의 ‘목표’를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공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은 단순하지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 빠르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는 것.
남 교수는 "게임 시장을 넘어 유튜브 등 MZ세대의 전반적인 미디어 소비 패턴을 살펴야 한다"며 "MZ세대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대체하거나 그들을 더 만족시킬 수 있는 장르가 나온다면 언제나 배를 옮겨탈 준비가 돼 있다”며 “게임 개발사들은 MZ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