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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회장 "건전성 강화·시너지 극대화..최고 금융그룹 도약"

문승관 기자I 2014.03.11 06:00:00

"농협인 아닌 금융인 인식 전환 필요...우투증권 인수후 통합작업 총력"

[대담=조영훈 부국장 겸 금융부장] “지금까지는 농협중앙회 테두리 안에 있다보니 직원들이 다른 금융기관과 경쟁관계에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주사가 출범하는 그때부터 전쟁터로 나간 것입니다. 농협인이 아니라 금융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 진정성을 갖춰 건전성 강화와 시너지 창출을 통해 국내 최고금융그룹으로 나아가겠습니다.”

10일 서울 충정로 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서 만난 임종룡(사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앞으로 달라진 농협금융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카드고객정보유출사태 수습 등으로 조금은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표정은 한결 밝았다.

임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직원들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개선작업을 추진해왔다. 고객 신뢰를 잃은 금융기관은 더 이상 생존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연말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나온 우리투자증권 계열3사(우리투자증권(005940),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거머쥐며 금융가에서 가장 ‘핫(hot)’한 인물로 떠올랐다. 임 회장은 최근 우투증권 등 3개사를 인수 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은행을 포함한 전 계열사 직원이 농협인이 아닌 금융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건전성 강화와 시너치 창출을 통해 국내 최고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IT 투자와 고객정보유출 사태로 타격을 입은 카드 사업부의 ‘진용 갖추기’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고객정보 유출로 NH농협카드가 3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따라서 금융지주의 순이익 목표와 경영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생겼다. 우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IT 부문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2016년까지 76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의왕에 통합 IT센터를 건립하고 상호금융과의 전산도 분리한다.

전산과 금융에 모두 조예가 깊은 외부 전문가를 모셔오기 위해 고심했다. 지난 1일에는 남승우 전 신한카드 IT 본부장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부행장)로 선임했다. 남 부행장은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신설되는 정보보안본부(행장 직속)를 책임진다. 카드 후임 사장은 내·외부 인사에 대한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고 검토한 결과 신응환 전 삼성카드 부사장으로 낙점했다. 신 신임사장은 삼성카드에서 상무, 전무, 부사장을 역임한 카드사업 전문경영인이다.

- 리스크 관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점이 있다. 배울건 배워야 한다. 취임 직후 다른 은행 리스크 담당자들을 만나 농협금융의 장단점을 물었다. 결론은 하나 같이 리스크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것이었다. 즉시 리스크 관리 담당직원들을 다른 경쟁은행에 보내 기법을 배우도록 지시했다. 경쟁사에서 하나라도 더 배워오자는 취지였다.

조선·건설·해운 등 3대 경기 민감 업종의 거액 부실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주재하고 있다. 여신전문인력을 확충한 뒤 인센티브를 늘리고, 금리운용체계도 건전 여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농협이 금융사고 단골이라는 말이 정말 뼈아프다.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우투증권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그간 독자 행보를 보여온 농협금융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으로 전환했다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인수전에 뛰어든 진짜 이유와 인수 후 추가 M&A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가.

▲ 직원들이 M&A 하는 과정에서 잘 배우고 있다. 처음에 누가 주도를 해서 무슨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이 어디를 동원했고 그래서 만든 결과물이 무엇인지 모두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놓으라 했다. 우투증권의 성공적 인수는 금전적 효과뿐만 아니라 농협 문화를 쇄신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농협은 장점이 많은 조직임에도 안주해 온 측면이 있다. 사업구조개편으로 농협이란 울타리에서 안주할 게 아니라 시장경쟁력으로 승부해야한다. 우투증권의 문화가 농협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건은 직원들과 조직이 얼마나 경쟁하는 정신을 배울 수 있을까, 농협의 장점과 얼마나 접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우투증권 인수에 집중하고 있어 당장 또다른 M&A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앞으로는 비자생적 성장이 대세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M&A다. 당장 추가 M&A 계획은 없지만 꾸준히 지속해야 할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증권업 경험이 짧다. 우투증권 인수 후 경영 전략은 무엇이고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가.

▲농협은 20여개의 다양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해 우투증권의 경쟁력을 현재 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다. 농협금융의 해외 진출에 우투증권이 첨병역할을 할 것이다. 또 우투증권의 다양한 자산관리 상품을 은행과 상호금융상품과 연계해 공급할 계획이다. 농협금융과 우투증권은 고객, 채널, 사업 기반이 모두 다르다. 농협금융의 최대강점은 전국 각지역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소매 영업기반이다. 우투증권은 기업 고객에 강하고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업무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둘의 결합으로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투증권의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 역량을 활용해 상호금융 등 범 농협 자금의 운용도 효율화할 수 있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그룹이 갖지 못한 무기가 있다. 바로 경제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다. 마트 등 경제사업 분야와의 연계 사업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취임 후 줄곧 현장경영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데.

▲영업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농협금융에는 1만6000명이나 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숨은 인재가 많은데, 인재를 걸러내는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하다. 현장에서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데 힘쓰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현장에 갈 생각이다. 실적이 가장 저조한 곳부터 방문하고 있다.

-해외네트워크가 경쟁사들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한 대책은.

▲글로벌 금융시대지만 농협금융은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걸프 지역, 중앙아시아 등은 농업 기술이 떨어져 문제가 있다. 이들 나라에 한국의 선진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현지 합작법인을 만들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지난해 베트남에 사무소를 개설했는데 연내 지점 전환을 추진 중이다.

■ 임종룡 NH금융지주회장 주요 약력

△1959년 전남 보성 △영동고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석사)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주영국대사관 참사관 겸 영사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정책심의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총리실 국무총리실장

[정리=문승관 김보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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