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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씨 변호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도 “건강관리가 필요하기에 선처를 바란다”고 했다. A씨 또한 최후진술을 통해 “잘못했다”고 말한 뒤 “살아있는 동안 속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전의 한 교회 목회자였던 A씨는 15년간 필리핀의 한 마을에서 선교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그가 머문 마을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그의 아내 B씨와 함께 머물며 돼지사육장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범행을 벌인 것은 2022년 8월경이다. 오랫동안 필리핀에 머무는 과정에서 아내 B씨는 A씨의 불륜을 의심했고 이와 관련한 말다툼 중 A씨는 둔기로 여러 차례 B씨를 내리쳐 살해했다.
무참히 살해된 B씨를 뒤로하고 A씨는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3일에 걸쳐 B씨의 시신을 비닐 천막 등으로 감싼 뒤 운영하던 돈사 안에 구덩이를 파 B씨를 암매장했다.
A씨는 그해 9월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내가 실종됐다”고 했으나, B씨의 친정 가족으로부터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A씨의 범행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경찰이 현지 경찰과 수사를 공조하면서 점차 수사망을 좁혀 오자 A씨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아내를 살해했다”고 자수했다.
결국 필리핀 경찰은 A씨 부부가 운영했던 돼지사육장에 묻혀 있던 B씨의 시신을 찾았다. 그때는 이미 B씨가 살해돼 암매장된 지 다섯 달이 지난 후였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대한 범죄며 믿고 의지하던 피고인으로부터 생명을 빼앗겼을 피해자가 겪은 고통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선처를 호소했던 A씨는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써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자녀들은 이를 거절했고, A씨와 필리핀 현지에서 교류하던 교민들만 A씨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이후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당심에 이르러 검사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심 판단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1심 판단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대전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검찰도 상고를 하지 않으면서 징역 18년이 확정돼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