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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전통시장 지키는 청년상인

김세연 기자I 2025.01.27 05:50:31

명절 대목 앞두고 시장 한복판서 구슬땀…가업승계로 의미 더해
만두·고기·막걸리 등 명절 인기 음식 기업 청년상인 3人
“명절이라고 쉴 수 있나요…밤샘 마다않고 일에 매진”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명절이 대목인데 열심히 해야죠.”

대전역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 중인 지유정(33) 대전역고기 대표는 임신 8개월 차의 무거운 몸이지만 명절 대목을 준비 중이다. 지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명절 때는 매출이 평소보다 하루 기준 5배 정도 늘어난다”며 “가업을 물려받기 전에도 명절이면 항상 일을 도와드려 익숙하다”고 전했다. 지 대표의 전화기 너머로 끊임없이 들리는 정육점의 고기 자르는 소리는 대목을 앞둔 정육점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지유정 대전역고기 대표가 대전역시장 안의 대전역고기 매장 앞에 서 있다.(사진=대전역고기)
◇가업 물려받은 청년상인들…애정으로 지키는 전통시장

지 대표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대전역고기를 이어 받았다. 2019년 부친이 정육점 장사를 접겠다고 했을 때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이 사라진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고 지 대표는 회상했다. 그는 “정육점 폐업을 도우려 가게를 갔는데 너무 아쉬웠다”며 “판매 방식을 조금 바꾸면 가게를 더 잘 이끌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젊으니까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 물려받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이 때가 서울 강남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던 그가 대전의 전통시장으로 내려온 계기다.

이지은 육거리소문난만두 대표.(사진=육거리소문난만두)
지 대표가 ‘가게’에 대한 추억으로 가업을 승계했다면 이지은(38) 육거리소문난만두 대표는 ‘음식’에 대한 추억으로 가업을 물려받았다. 이 대표는 육거리소문난만두의 ‘충성 고객’이었다.

이 대표는 “어느 날 평소에 즐겨 먹던 만두가게가 폐업위기라는 소식을 들었다.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1년 정도 고민 끝에 이어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고 보니 옛 육거리소문난만두의 대표가 남편의 먼 친척이었다. 이 대표는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먼 친척이자 단골손임에서 육거리소문난만두의 전통을 이어가는 주인공으로 변신하게 됐다.

◇“명절에도 시장은 우리가 지킵니다”

이들은 명절에도 애정이 듬뿍 담긴 가게와 시장을 지킨다. 고기나 만두는 설 명절에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대표적인 음식이어서다. 남들 다 쉬는 명절에 쉬지 못하는 건 이들에겐 어쩌면 익숙한 일이다.

양조장을 운영하는 정덕영 팔팔양조장 대표(36)도 ‘빨간 날’의 의미가 무색하게 명절 당일을 빼놓고는 매일 출근할 계획이다.

김포 금쌀로만 막걸리를 빚던 정 대표는 지난해 전북 김제에 양조장을 새로 짓고 김제 죽산면에서 나는 쌀로 신제품 ‘죽산막걸리’를 만들었다. 정 대표는 “원래는 명절 특수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며 “올해는 조금 다르다. 새 제품이 명절 수요 상승을 견인해서 더 바빠졌다”고 말했다.

죽산막걸리는 팔팔양조장 전체 매출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2021년보다 매출이 약 7배나 늘었다.

청년상인들은 그간 열심히 달린 덕엔 ‘명절에 많은 사람이 찾는’ 현재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들은 명절이 끝나면 좀 더 현명하게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 대표와 정 대표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더 이상의 밤샘 근무는 하지 않을 예정이며 지 대표는 아이와 본인을 위해 출산 후 수개월간 업무를 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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