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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현장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 당시 재단 대표이사 타이틀을 단지 채 6개월이 안 된 ‘초보 대표’는 박람회와 연계해 열린 관광 설명회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약 15분간 영어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의 시작을 베트남어 인사말로 시작해 뜨거운 박수갈채도 받았다. 통상 외국어에 능한 팀장, 본부장급 직원이 하던 발표를 대표가 직접 하자 반응은 뜨거웠다. 덕분에 박람회 기간 강원 홍보관은 방문객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최근 강원 춘천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마케팅의 핵심은 상대방의 감성을 자극하는 ‘진정성’”이라며 “강원을 알리는 자리인 만큼 정확한 정보 전달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직접 발표 무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현지 언어로 발표에 도전해 볼 계획”이라고도 했다.
◇30여 년 경력 ‘행동파’ 세일즈 마케팅 전문가
강원 토박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도의원에 당선되기 전까지 30여 년간 세일즈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한 최 대표는 재단 대표로 1년을 보낸 소감을 “새로운 강원을 보여줄 때”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고는 이전까지 강원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내세웠다면, 이제부터는 소비자들이 보고, 맛보고, 즐기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갖춘 강원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그는 “상대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걸 파는 게 세일즈 마케팅의 기본”이라며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산과 바다를 보러 오라고만 할 게 아니라 시시각각 바뀌는 고객의 취향과 니즈에 맞춰 새로운 콘텐츠와 스토리를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케팅은 진정성으로 시작해 시의성을 갖춘 콘텐츠와 스토리로 승부해야 한다는 간명하지만 강렬한 그의 철학이 담긴 대답에서 단호함과 강한 확신이 전해졌다.
직원들 사이에서 ‘행동파’, ‘실천파’로 불리는 최 대표가 1년간 공들인 콘텐츠는 ‘반려동물 동반 여행’. 반려동물과 동반이 가능한 관광지와 시설 정보를 모아놓은 ‘강원 댕댕여지도’ 플랫폼을 열고 선보인 ‘멍품 여행’ 프로그램은 지난해에만 900여 명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여행지에서 장기간 머무르며 휴양과 일을 병행하는 ‘워케이션’도 최 대표가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다. ‘산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춘천, 강릉, 속초 등 도내 7개 시군과 진행한 워케이션 활성화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8만 5000여 명의 워케이션족(族)을 유치했다. 이들이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강원 지역에서 체류한 기간만 7만 737박에 달한다. 덕분에 주말에 몰렸던 관광 수요를 평일 주중으로 확대하는 효과도 봤다. 최 대표는 “워케이션은 체류형 관계인구를 늘려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국 협력 네트워크로 지속가능성 확보”
최 대표는 지속가능한 관광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협력’을 꼽았다.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해 대형 단체 관광객 ‘단독 유치’에 몰두하기보다는 서울, 인천, 경기, 경북, 충북 등과 ‘공동 유치’를 통해 실리를 챙긴다는 생각이다. 최근엔 협력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부산·울산·경북과 해양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예능 프로그램 ‘인더숲’ 촬영지를 비롯한 드라마와 영화, 음식 등을 소재로 강원만의 K콘텐츠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뛰어난 인프라를 갖춘 수도권, 대도시와 달리 분명한 강원만의 매력이 있다고 본다”며 “지금은 수도권을 통해 강원을 들르는 수요가 많지만, 재방문 시에는 강원을 첫 번째 목적지로 택하도록 만드는 게 전략이자 목표”라고 했다.
최 대표는 현재 추진 중인 마케팅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양양 국제공항과 속초 크루즈항 활성화를 꼽았다. 지난달 필리핀 단체가 마닐라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양양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등 지역 관문으로서 활성화의 가능성도 엿봤다고 소개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한 파라타 항공 출범 이후 전세기 등 동남아 국제노선 확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해외로부터 접근성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대형 외국인 관광객 단체 유치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해상 관문 역할을 할 속초 크루즈 터미널은 삼척과 포항을 잇는 동해중부선 철도와 연계해 해양 관광의 거점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활성화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