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집에 남은 건 아이뿐이었다. A는 친자녀와 아이를 차별했다. 애들끼리 싸우면 혼나고 맞는 쪽은 아이였다. 그럴수록 아이는 심리적으로 고립돼 갔다. 그로부터 아이는 “잘못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미 부모의 이혼과 양육하던 조부모와 결별, 동생과 이별을 겪은 아이가 선택한 생존법이었다.
이런 아이에 대한 A의 양육과 훈육은 학대로 변해갔다. ‘지갑에 손을 댄다’, ‘거짓말을 한다’ 하지도 않은 잘못을 아이에게 강요했고, 아이는 하지도 않은 잘못을 인정했다. 돌아온 건 체벌과 폭언이었다. 코로나 19로 A가 집에 있고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이런 날이 더 많아졌다.
학대 사실을 안 동거남과 다툼이 시작됐다. 남자는 아이를 데려가 기르려고 했다. A는 아이 때문에 남자와 가정을 잃을 것이 걱정됐다. 가방에 아이를 가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날 친자녀와 싸우고 있는 아이가 눈엣가시처럼 보였다.
아이가 가방 안에 갇힌 지 세 시간이 흘렀다. 지친 아이가 그대로 용변을 봤다. 외출하고 돌아온 A는 아이에게 다른 가방(약 24인치)에 들어가라고 했다. 먼저 것(약 30인치)보다 작은 가방이었다.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허벅지를 가슴에 붙일 정도로 몸을 욱여넣어야 하는 크기였다.
가방에 갇힌 아이는 내내 숨이 막힌다고 했다.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A는 가방 안으로 헤어드라이어기 바람을 쐈다. 가만있어도 초여름의 습도와 기온이 사람을 지치게 하는 날이었다. 아이가 가방에서 나오려고 몸부림치자 A는 가방에 체중(75kg)을 실어서 아이를 짓눌렀다. 가방 안의 아이는 ‘숨이 안 쉬어진다’면서 A를 불렀다.
‘엄마’
움직임이 잦아든 아이가 가방 밖으로 나온 건 감금된 지 일곱 시간 만이었다. 옅은 숨을 쉬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A는 범행이 탈로 날 것이 두려워 119신고를 안 했다. 잘할 줄 모르는 심폐소생술을 아이에게 했으니 호흡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뒤늦게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가 아이를 싣고 병원으로 달렸다. 아이는 병원 치료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살인과 아동 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A는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살해하려고 한 게 아니라 훈육하려고 가방에 들어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방 안이 행여 불편할까봐 중간에 자세를 바꿔줬다고 했다. 수차례 제출한 반성문에서는 아이가 잘못해서 훈육한 것이라고 했다.
1심은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형을 가중해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