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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있는 전주, 금융중심지 가능할까…"지역특화 거점부터"

김성수 기자I 2022.12.09 01:04:22

전주, 금융 성숙도·인프라 미비
금융 부가가치, 타 지역보다 낮아
금융중심지 위상, 장기간 필요해
''지역특화 금융거점지''부터 단계로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전북 전주를 ‘제3의 금융중심지’로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실화되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전주가 금융중심지 역할을 맡기엔 아직 금융산업 성숙도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만큼 ‘지역특화 금융거점지’ 역할부터 단계적으로 밟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국민연금공단)
◇ 전주, 금융 성숙도·인프라 미비…금융 부가가치, 타 지역보다 낮아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5일 공단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북 전주를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기 위해 해외 금융기관 유치 등 독자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해외 유수 자산운용기관 유치 등 금융기관 유치 방식의 체계화 △전주에서 국제금융 컨퍼런스, 세미나 등 개최를 통한 정보 축적 △금융중심지를 바라보는 금융위원회 위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북도청은 전북을 서울·부산에 이은 제3의 금융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전북 금융타운 조성계획(안)’을 진행하고 있다. △1단계로 전주시 만성동 1254 일원 1만2000㎡에 금융센터를 설립한 후 △2단계로 전주시 만성동 1253 일원 2만1256.8㎡에 국제회의·숙박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자료=전북도청 금융사회적경제과)
다만 전주는 금융중심지 역할을 맡기엔 아직 금융산업 성숙도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맡겨 수행한 ‘대한민국 지역특화 금융산업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전주가 포함된 전북은 소득 대비 금융자산이 축적되는 비율이 대구, 부산, 제주 등 타 도시보다 낮았다. 전국 주요 지역별 금융연관비율을 보면 지난 2019년 기준 서울(6.9)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대구, 부산, 제주, 전북이 뒤를 이었다.

금융연관비율은 소득 대비 금융자산 축적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다. 전 금융기관 여·수신합계액을 지역내총생산(GRDP)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또한 전북은 지역내 총부가가치에서 금융 및 보험업의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금융산업비중’ 순위도 높지 않았다. 2007~2019년 전국 지역별 금융산업비중을 보면 서울 지역은 평균 12.2%로 타 지역 평균(4.5%)의 2.7배였다.

서울 다음으로는 대구, 부산, 제주, 전북 순으로 금융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전주는 ‘금융중심지’ 역할을 맡기엔 아직 타 지역에 비해 금융산업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금융중심지 위상, 장기간 필요…‘지역특화 금융거점지’부터 단계로

이에 따라 전북이 ‘지역특화 금융거점지’ 역할부터 단계적으로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당 보고서는 전국 혁신도시 11개 도시의 금융 인프라를 평가한 결과 전북(전주)을 ‘지역특화 금융거점지’ 후보로 분류했다.

‘금융중심지’란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인 지역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자본 △국가 전반에 걸친 금융인프라 △해외 금융과의 연계 시스템 등 각종 조건을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 금융중심지로 분류된 도시는 서울, 부산 뿐이다.

(자료=대한민국 지역특화 금융산업 육성방안 연구 보고서 캡처)
다만 서울, 부산은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후에도 실제 그 위상을 갖추기 쉽지 않았다. 서울은 지난 2020년 초까지 국제금융센터지수(GFCI)가 하락하고 외국계 금융기관의 철수도 늘어났었다.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전세계 금융센터에 대한 순위를 발표하는 지수다. 2007년 이후 매년 3월, 9월 두 차례 발표된다.

부산도 선박금융에 특화한 금융중심지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선박금융 관련 비즈니스 기회를 세계 다른 도시보다 압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서울, 부산의 GFCI 지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북이 제3의 금융중심지로 지정돼도 서울, 부산처럼 위상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이 ‘지역특화 금융거점지’부터 단계적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지역특화 금융거점지’는 금융중심지가 지역 혹은 지방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 내 특화산업 육성과 기업 성장을 통해 지역 발전 및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중심지가 지방금융과 연계하거나 지방산업 및 중소기업에 금융지원할 때 정보비대칭 등 상대적 약점이 있을 경우, 이 기능을 ‘지역특화 금융거점지’에 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전북을 ‘지역특화 금융거점지’로 조성할 경우 기존 금융중심지에 주는 이점을 설명했다.

(자료=대한민국 지역특화 금융산업 육성방안 연구 보고서 캡처)
예컨대 전북에 자산운용업 기반 금융도시(지역특화산업)를 육성하면 이를 통해 형성된 투자자본이 서울, 부산에 새로운 자본 공급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전북 내 전문인력을 양성해서 기존 중심지와 새로운 금융상품, 금융 관련 정보를 공유하게끔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해외에는 이처럼 지역특화 금융산업을 발전시킨 사례가 많다. 중국 선전은 북경, 상해, 홍콩과 다른 지역금융 특화도시로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는 자산운용에 특화해서 국제금융 허브인 런던과 시너지를 형성했다.

해당 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을 맡은 김창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전주는 금융중심지 역할을 하기엔 아직 인프라나 금융산업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지역특화 금융거점지로 역량을 키워나간 다음 금융중심지가 될 만한 인프라나 역량이 갖춰지면 금융중심지로 승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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