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먼지 대란'…전기요금·경유세 인상 불똥

김형욱 기자I 2019.03.18 00:00:00

미세먼지 주범 노후 석탄화력 폐기 앞당겨
생산단가 상승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탈원전도 제동
LPG차 규제 전면완화…다음은 경유세 인상 논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가 있는 충남 보령화력본부.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반도를 뒤덮었던 미세먼지 대란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는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을 앞당기고 미세먼지 주범중 하나인 경유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서 경유세 인상도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결국 서민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칫 경기에 찬물을 끼얻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미세먼지 주범 노후 석탄화력 폐기 앞당겨

정부는 석탄화력 비중 축소 속도를 앞당기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의 폐기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치다. 앞서 산업부는 노후 석탄화력 6기의 폐기 시점을 2025년에서 2022년으로 단축했었다.

아울러 다른 석탄화력발전소도 미세먼지 배출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60기다.

정부는 2017년 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그해 45.4%였던 석탄화력의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6.1%까지 줄이기로 했었다. 환경단체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과 봄철에는 수도권 인근을 중심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중 절반 가량을 운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절반을 가동 중단해도 전력수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게 환경단체측 주장이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충남 등 석탄화력 밀집 지역의 발전소를 대상으로 과감한 액화천연가스(LNG) 전환을 추진하고 이를 올 연말 확정하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정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탈원전에도 제동

문제는 비용이다. 석탄화력은 국내 전력생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생산 단가가 1㎾h당 84.9원(2018년 1~10월 한국전력 구매단가 기준)으로 원자력 발전을 빼면 가장 낮다.

정부가 석탄화력을 LNG 발전소로 전환하거나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기 생산 단가는 올라간다.

LNG 발전은 생산 단가가 1㎾h당 118.07원이다.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 비용은 1㎾h당 173.38원으로 석탄화력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재생에너지업계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전력생산 단가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장 1~2년 내 실현되는 일은 아니다.

산업용 및 농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는 이유다. 정부는 현재 3단계 3배수인 가정용 전기 누진제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인데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조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미 8차 계획에서 산업용 시간대별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예고했었다.

한국전력(015760)이 지난해 6년 만에 2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 역시 이 같은 우려를 부추기는 요소다.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한전은 심야 전기료 인상, 기업농 전기료 단계적 인상 등 업계의 우려에 자사 경영실적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하면서도 전기료 인상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 가운데 탈원전 논란도 재점화하고 있다. 원전업계는 원전 생산 단가가 1㎾h당 60.85원로 낮은데다 미세먼지 배출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석탄화력을 대체할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조기 폐쇄하기로 한 월성 1호기 재가동과 ‘탈 원전’ 정책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그만큼의 비용이 불가피하다. 지금은 미세먼지 감축 목소리가 높아 묻혀 있지만 막상 전기요금이 가 올라가는 등 부담이 커지면 석탄화력 발전 축소 등 에너지 전환 정책 시행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LPG차 규제 전면완화…다음은 경유세 인상 논의

차량은 미세먼지 배출 주요인 중 하나다. 정부가 휘발유나 경유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발생이 적은 LPG 차량을 누구나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전면 해제한 이유다. LPG차량은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휘발유의 3분의 1, 경유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세먼지 발생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는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경유차는 휘발유차나 LPG차와 비교해 대기 오염원인 질소산화물(NOx) 가솔린차의 5배 이상, 미세먼지(PM2.5)는 20배 이상 배출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싼 경유값에 힘입어 최근 보급량이 빠르게 늘어 공급대수가 지난 연말 기준 993만대에 달한다. 전국 2300만여대의 등록차량 중 약 43%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지난 2017년 경유의 미세먼지 피해비용을 1조3895억원으로 추산했다. 휘발유는 64억원, LPG는 0원이었다. 전체 환경 피해비용으로 보면 각각 20조원, 6조7000억원, 1조6000억원이다. 조세연은 경유 가격이 1337.9원에서 2636원까지 오르면 환경 피해비용이 2014년과 비교해 최소 1695억원에서 최대 5조666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역시 국민 부담과 그에 따른 경기 위축이다. 특히 덤프트럭 등 연료비 부담이 큰 대형 산업용 차량은 대부분 경유를 연료로 쓴다. 조세연은 경유 가격 인상 땐 실질국내총생산이 기존 전망치보다 0.01~0.2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임금 전망치도 기존보다 0.02~0.84% 줄어든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대책이 필요하지만 가계·산업·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 서울 방면에 설치된 노후 경유차 단속 CCTV 모습.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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