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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제제적 행정처분과 죄형법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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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승현 기자I 2014.08.18 06:00:00
[이경권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 평소 알고 지내는 원장님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과거 자신이 근무하던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어 수사 중인데 당시 개설자로 되어 있었던 자신을 조사하겠다는 전화를 경찰로부터 받았다는 것이었다.

여러 사정을 물어보니 법률상 사무장병원으로 볼 여지가 높았다. 하지만 다르게 주장할 내용도 있어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기로 하고 경찰수사 단계부터 의견을 개진하고 사실관계를 다투었다.

문제는 이 때 발생하였다. 원장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수예정처분통지서라는 것을 받았는데 공단의 입장은 자신들이 수사기관에 의뢰한 바 사무장병원이 명백하므로 환수조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만일 검찰에서 사무장병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환수한 금원을 다시 돌려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굳이 헌법상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제제적 행정처분은 사실상 형사처벌과 같다. 아니 실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더 큰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행정처분은 형사처벌과는 다르므로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사안을 두고 행정처분을 사전에 하는 것은 지나치다. 특히 자신들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중간결과만 믿고 행정처분을 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묻고 싶다.

비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의사면허 자격정지와 같은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을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 시행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최소한 1심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 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재판 진행 중은 물론 검사가 기소를 하면 바로 행정처분을 내린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재판에서 무죄가 나는 경우가 적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거둘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득이 기소 또는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행정처분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은 그 달성하려는 목적, 절차, 주체 등이 다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가 탄생한 배경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제제적 행정처분의 경우에도 죄형법정주의를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죄형법정주의가 인신의 자유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경제활동이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과징금, 영업정지, 자격정지 등과 같은 행정처분의 경우에는 국민에게 주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제제적 행정처분을 할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 또는 죄형법정주의에 준하는 정도의 원칙을 세워서 시행해야 한다.

최근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는데 환영할 일이다. 모든 제도나 원칙은 그 연혁에도 불구하고 바뀐 환경이나 상황에 맞게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 제도나 원칙 그 자체가 지켜져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제도나 원칙이 지키려고 하는 것, 달성 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모든 제도나 원칙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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