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교수는 “이상적으로는 과거 금융투자소득세처럼 별도의 분류과세 체계를 만들거나, 향후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체계가 논의될 때 가상자산까지 함께 묶어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소득이 발생하는 만큼 과세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내년 1월 과세 시행을 앞두고도 과세 대상과 기준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입장은 안 교수가 조형태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와 공동 집필한 국회예산정책처의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에도 반영했다. 보고서에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과 과세 최저한 상향, 국내 거래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세율 차등·세액공제와 함께 스테이킹·렌딩·에어드롭·하드포크 등 거래 유형별 과세기준을 정비하는 방안이 담겼다.
특히 안 교수는 현행 250만원인 과세 최저한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가상자산은 거래가 빈번한 데다 신고 과정에서 거래내역을 정리하고 세무 도움을 받는 등 납세협력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소액 투자자까지 신고 대상에 포함하면 납세자와 과세당국 모두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진은 납세협력비용 등을 고려해 최소 600만원,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기준을 감안하면 최대 2000만원까지 과세 최저한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손실 이월공제도 우선 손봐야 할 과제로 꼽았다. 현행 제도에서는 한 해 가상자산 투자로 손실을 본 뒤 다음 해 이익을 내더라도 이전 손실을 차감할 수 없다. 안 교수는 “가상자산은 상장주식처럼 거래가 빈번하면서도 양도차익에는 과세가 이뤄진다”며 “양도소득과 대여소득을 분리하고, 양도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향후 5년간 이월해 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는 소득이 발생하면 과세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상자산 과세의 경우 내년이 첫 시행이다 보니 조세 저항이 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래서 과세 시행을 하되, 세금 납부 여력이 있고, 신고 역량을 보유한 투자자에 한해 최소화해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또 과세를 하면 조세 회피를 하고자 해외 거래소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거래소로 거래를 유인할 수 있는 그 유인책을 같이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 거래소로 투자자를 모으는 유인책으로는 어떤 방안이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가 발생할 경우, 세율을 차등화해 혜택을 주거나,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식을 도입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거래소에서 취득·처분했을 때는 세율을 10~15% 내려준다거나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식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세율 차등화를 담은 개정안이 통과된 상태다.
만약 이런 형식을 도입해 국내 거래소 거래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면 국세청의 경우에도 세무 포착이 쉬워진다. 최종보고서에서는 국내 거래소에서 취득·양도·대여한 거래 소득에는 10% 세율, 그 밖의 거래(해외거래소·DEX 등)에는 20%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국내 거래소를 통한 거래 비중에 따라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용역에서 집중적으로 제언한 부분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과세최저한 상향, 둘째, 손실 이월공제 도입, 셋째, 국내 거래소 이용 유도를 위한 세제 인센티브(세율 차등·세액공제). 여기에 거래 유형별 과세기준 정비와 세원 포착 인프라 구축까지 포함된다.
-현재 250만원 공제 기준으로 두고 있는데, 이 기준이 낮다고 보는 것인가.
△현재 가상자산을 500만원 정도를 보유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 취득원가를 모를 경우 50%를 취득원가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500만원을 매도하면 양도차익이 딱 250만원으로 계산돼 신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준이 너무 낮다고 본다.
-어느 정도가 현실적인 비과세 한도라고 보는지.
△신고납부에 드는 납세협력비용(세무사 비용 등)을 추산하면 대략 300만~600만원 수준이다. 논리적으로 신고에 드는 비용보다 과세 최저한(소득 기준)이 낮으면 신고할 실익이 없다. 최소한 60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본다. 최종보고서는 납세협력비용 고려 시 최소 600만원,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기준(2000만원) 고려 시 최대 2000만원까지 상향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과세 최저한을 높이면 문제는 없나.
△국세청 입장에서도 너무 많은 소액 신고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세청이 부담하는 징세비용과 납세협력비용(납세자 부담)을 함께 고려하면, 경제적 효율성 원칙상 소액 보유자는 배제하고 고액 신고자 위주로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중에 금융소득과 통합 과세할 때 기준을 낮추면 된다.
-현재 250만원 기준은 미국 주식 양도소득 공제와 같은 수준 아닌가.
△그렇다. 그러나 미국 주식은 증권사를 통한 거래라 징수·파악이 수월하고, 개인들이 빈번하게 매매하지 않는다. 반면 가상자산은 거래 빈도가 훨씬 높아 같은 250만원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지 않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하는 기준으로 손실 이월공제를 꼽고 있다.
△맞다. 현재는 양도소득과 대여소득이 하나로 묶여 있는데, 성격이 다르다. 양도는 일시적이지만, 대여는 지속적인 이자성 소득이다. 이를 분리해서 계산하고,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이월공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현재처럼 손실 이월공제가 없으면 실질적으로 소득이 없는데도 과세되는 문제가 생긴다.
단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양도소득’과 ‘대여소득’을 명확히 분리하고, 적어도 양도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다음 연도 양도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양도차익을 별도의 자본이득으로 분류해, 과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유사하게 자본이득 간 손익통산·이월공제가 가능한 체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월공제 기간은 몇 년이 적절한가.
△5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가상자산은 주식과 달리 장기 보유가 드물고 계속성이 없기 때문에, 15년 같은 장기 이월공제는 과도하다.
-주식에는 없는 이월공제를 가상자산에는 해줘야 하냐는 반론도 있다.
△“주식도 손실 이월공제를 안 해주니 코인도 안 된다”는 것인데, 이는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는다. 상장주식은 애초에 양도차익 자체가 비과세이고, 비상장주식은 매매가 빈번하지 않아 이월공제 필요성이 낮다. 반면 가상자산은 상장주식처럼 빈번하게 거래되면서도 과세는 이뤄지므로 단순 비교가 맞지 않는다.
-현재처럼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식은 적절한가.
△본질적으로는 맞지 않다고 본다. 기타소득은 상금처럼 일회성·우발적 소득에 적용되는 개념인데, 가상자산 소득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가상자산은 무형자산이라기보다 투자자산으로 보는 게 맞고,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는 주식과 다를 바 없다. 이상적으로는 과거 금융투자소득세처럼 별도의 분류과세 체계를 만들거나, 향후 금융투자소득세가 논의될 때 금융상품과 함께 통합 과세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형별 과세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가상자산 거래 유형이 스테이킹, 디파이 렌딩·유동성 공급, 거래소 렌딩, 에어드랍, 하드포크 등으로 매우 다양한데, 유형별로 과세표준을 어떻게 산정할지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애초에 현행 과세 대상은 “양도·대여로 인한 소득”인데 ‘대여’에 대한 정의조차 없다. 각 유형이 과세 대상인지, 과세표준을 어떻게 산정할지, 과세 시기를 언제로 볼지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하드포크(블록체인 프로토콜이 분기되는 것), 에어드롭(이벤트 등을 통해 코인을 무상으로 받는 것) 각각 어떤 식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보는지.
△하드포크는 취득 시점에서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기존 블록체인에서 새로운 가상자산이 분기되는 당시 시장가격이나 가치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하드포크 자체를 과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에서는 취득원가를 0원으로 설정한 뒤 실제 양도할 때 전체 차익에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에어드롭은 목적에 따라 다르다. 단순 가입 이벤트처럼 마케팅 목적으로 무작위로 뿌리는 경우와, 특정 조건 달성 시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는 시세가 있는 코인을 주는 경우가 많아 현재도 국내에서는 기타소득으로 원천징수·과세되고 있고, 관련 조세불복도 다수 있었으나 모두 기각돼 과세가 유지되는 상태다. 일본은 시세가 있는 에어드롭과 없는 에어드롭을 이원화해서 다루고 있다. 따라서 두 가지 안을 모두 제시했다. 첫째는 하드포크처럼 처음엔 취득가 0으로 보고 양도 시 한 번에 과세해 납세 편의를 높이는 방법, 둘째는 현재처럼 특정 목적 에어드롭은 취득 시점에 과세하는 방안을 모두 고려했다.
-스테이킹(코인을 예치하고 보상을 받는 것)과 렌딩(코인을 빌리거나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종의 대출) 과세는 어떤 방식이 적절한가.
△스테이킹의 경우 거래소·전문 업체에 코인을 맡기고 보상을 받는 경우는 대여소득으로 본다. 다만 개인이 직접 스테이킹을 하는 경우 사업 목적이면 사업소득으로 갈 수도 있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봐야할 것 같다.
렌딩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공매도와 유사한 구조로 거래소가 자체 보유 가상자산을 개인(차입자)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는 차입자에게 거래소득이 발생하지만 대여자(거래소)는 법인세 대상이라 개인 과세 부문에서는 제외해도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디파이에서의 랜딩이다. 이는 코인을 맡기고 동일 종류·동일 수량을 돌려받는 구조로, 이건 대차거래(대여소득)로 보는 게 맞다고 결론냈다.
-디파이 유동성풀은 어떻게 봐야 하나.
△단순 대여보다는 가상자산 간 교환, 즉 양도거래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유동성풀은 두 종류 코인(예: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쌍으로 예치하고 LP토큰을 받는 구조인데, 이 토큰 자체가 코인의 성격을 그대로 가져 매매·스테이킹이 가능하고 소유권도 이전될 수 있다. 반환 시에도 맡긴 것과 다른 비율(수량)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예치·인출 자체를 코인 간 교환(양도거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실제 거래량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이 어려워 중요도는 낮을 수 있다.
-디파이 거래에 대한 과세당국의 파악·징수 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는가.
△주요 플랫폼은 개인별 식별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으로 보이나, 현재 세법 개정안상 과세당국의 조사권은 거래소 사업자에만 미치고 디파이까지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디파이 쪽 탈세는 조사 권한 자체가 없어 실효적 과세가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연구용역에 토큰증권(STO) 과세 기준도 담았다.
△STO는 아직 관련법이 명확히 정비되지 않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토큰증권은 증권형 토큰으로,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과세 대상(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열거된 가상자산)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기초자산 기준으로 과세될 것으로 본다. 부동산 등 기초자산을 토큰화한 경우 그 기초자산 과세체계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야당 중심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도 나오고 있다. 유예도 필요하다고 보는지.
△과세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내년 당장 시행하는 데는 다소 부정적이다. 시행하면 신고·납부는 그다음 해가 되므로 사실상 1년 정도 준비 기간이 있는 셈인데, 그 기간 동안 정부가 얼마나 복잡한 유형별 기준을 정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