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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영업자 우산 거뒀다…한달새 3조 줄여

최정훈 기자I 2025.04.06 06:00:00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반년 만에 5조 급감
은행, 고환율·경기침체 등 연체 위험 높은 대출 막아
자영업자 불법사금융 내몰릴수도…“개선 가능성 낮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고환율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시중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대폭 줄이고 있다. 금융지주가 자본건전성(CET1)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감축에 나서면서 자영업 대출을 더욱 옥죄고 있다. 이에 따라 돈줄이 막힌 자영업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21조 88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월(324조 8695억원) 대비 2조 9826억원이 급감한 것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월말 기준 663조 1922억원으로 전달 대비 8682억원 줄었다. 이는 개인사업자 대출 감소폭이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을 상쇄했음을 의미한다. 즉,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선택적으로 늘렸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원화 환율 급등과 맞물려 금융지주가 자본건전성 관리를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1472.9원에서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후 전일 대비 32.9원 내린 1434.1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만에 1430원대로 회귀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해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한다. RWA가 증가하면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 은행은 고위험 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CET1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금융당국은 12% 이상을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는 13% 이상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5대 금융지주의 평균 CET1 비율은 12.87%로 지난해(12.96%) 대비 0.0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율이 1500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금융지주들은 CET1을 방어하기 위해 더욱 보수적인 대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대폭 축소하면서 자영업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2년간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률이 급등하면서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합법적인 대출 경로가 막히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2022년 6만 3031명이었던 금융채무 불이행자 수는 2023년 11만 4856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4년에는 15만 5060명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채무 불이행자의 총대출 잔액도 11조 2762억원에서 30조 7248억원으로 170% 이상 증가했다. 특히 고령층 개인사업자의 대출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이들이 생계를 위해 불법 사금융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고환율 기조가 지속하는 한 시중은행의 대출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 때문에 은행이 CET1 방어에 집중하고 있어 개인사업자 대출이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며 “당분간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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