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11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한국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금메달 13개, 은 8개, 동 9개로 종합 순위 7위의 역대급 성적을 일궜다. 당초 목표 15위를 훌쩍 뛰어넘은 눈부신 성과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젊은 선수들은 예전에 볼 수 없던 ‘신한국인’의 모습을 보였다. 자신 있고,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 이기면 환호하고, 지면 깨끗이 승복했다.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발언도 결국은 공정과 투명성을 높여달라는 요구다.
금메달 3개를 수확한 김우진은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를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에서 찾았다. 그는 “내가 어느 날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대한양궁협회가) 만들어준다. 모두가 공정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올림픽 3관왕을 했어도 국가대표 프리 패스는 없다. 다음 달 2025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또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땀을 강조했다. 태권도 여자 57㎏급 금메달리스트인 김유진은 “발차기를 3만 번 넘게 한 날도 많았다”며 “정말 지옥길을 가는 것처럼 훈련했다”고 말했다. 20대 청년층을 약골로 보는 시각은 틀려도 크게 틀렸다. 이번에 딴 금메달은 운이 아니라 피나는 훈련이 그 바탕이 됐다. 기업들과 대한체육회도 힘을 보탰다. 현대차(양궁), SK(펜싱) 등 대기업은 비인기 종목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다. 체육회는 파리 근교에 ‘팀 코리아 플랫폼’이라는 사전 훈련 캠프를 차려 선수들의 현지 적응을 도왔다. 요컨대 파리 올림픽은 공정한 경쟁과 선수들의 땀, 적절한 후원이라는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결과다.
그에 비하면 한국 기성세대 특히 정치권이 보이는 행태는 참으로 부끄럽다. 민생은 간데없고 일방독주와 탄핵, 특검이 난무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대신 반칙과 술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꺾으려는 적의가 가득하다. 올림픽에서 ‘뉴 코리안’ 젊은이들이 보인 정정당당한 모습과는 딴판이다. 지든 이기든 모두가 박수를 받는 공정한 스포츠맨십이야말로 지금 한국 정치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