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한지민의 쌍둥이 언니로 나온 화가 정은혜(34)씨는 자신이 그린 그림 속 배우 김우빈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작가의 그림 설명을 들으러 온 청중 40여명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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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열린 정은혜 작가 초대전 ‘포옹’ 도슨트 현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은혜 작가와 선배 작가 장차현실(59) 화백의 유쾌한 그림 설명은 1시간여 이어졌다. 이후 이어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장차현실씨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은혜씨의 어릴 때 이야기를 꺼냈다.
은혜씨는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이라는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21번 염색체가 3개여서 발생하는 이 질환은 다른 외모뿐만 아니라 언어지연, 근력저하, 심장질환, 발달지연 등을 동반한다. 발생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늦은 결혼·출산이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차현실씨가 은혜씨를 임신했을 때는 스물여섯이었다. 서울 유명 산부인과 임신 초기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받았다. 의사는 양수검사도 필요치 않다고 했다. 문제는 출산 이후였다. 의료진은 산모에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고 통보했다. 충격에 그녀는 한 달여를 울며 지냈다. 장차현실씨는 “주변에 장애인을 본적도 만난적도 없어 더 막막했던 것 같다”며 “장애아도 잘 키울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얘기해 주는 사람도 주변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장애인도 그들의 가족도 몸과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기였다. 혹시 엄마의 잘못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짓눌려 우울증이 찾아왔다. 친정이나 시가 누구도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곳은 없었다. 출산 후 겉돌던 남편마저도 떠나고 말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아이가 돌이 안 됐을 때부터 수영을 가르쳤다. 근력저하가 올까 싶어 아이에게 좋은 거라면 쫓아다니며 익히게 했다. 말이 더뎌 4살부터는 언어치료까지 병행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신문사에 연재하던 만화 원고료로 110만원을 받으면 90만원을 딸의 치료비로 사용했다. 어릴 때 익혀놔야 한다는 믿음 하나에서였다. 당시를 그녀는 “돈을 벌어야 한단 생각에 정말 열심히 그렸다. 덕분에 유명 만화가가 됐다”라고 회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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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그만두자 딸은 방에서만 지냈다. 사람을 좋아해 소통하기를 원했지만, 갈 곳이 없었다. 그러면서 틱장애와 조현병까지 찾아왔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며 씩씩하게 살아왔던 그녀의 어머니는 무너지고 말았다. 일도 그만두고 딸과 지냈다. 그러면서 그녀도 뇌졸중 초기판정을 받았다. ‘딸을 끝까지 케어하지 못할 수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수입도 끊기고 어려워져만 가는 상황에 찾아간 곳은 면사무소였다. 혹시 국가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찾아갔지만, 각종 서류에 서명을 하라고 하더니 한참 후 보내준 것은 4만원이었다. 그녀는 “이걸 바꿔나가야 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장으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도 국가적 도움이 절실한 곳에 도움이 이뤄지도록 장애 부모들과 연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람들 마음엔 (장애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좋은 마음이 숨어 있어요. 국가에서 시작해주면 시민도 따라 올겁니다. 앞으론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아이의 돌발, 문제 행동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더 심한 문제행동을 야기할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도 먹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자기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세요. 매일 아이 곁에 붙어 해주는 엄마가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아니에요. 엄마도 자기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엄마의 삶을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