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영역을 허물며 영향을 주는 만큼 국내 연구기관, 정부부처 차원에서 협력하며 바이러스 기초 연구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감염병은 박쥐, 낙타, 야생돼지 등 다양한 동물에서 발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감염병을 관리할 주체도 복잡해지고 있다.
최 소장은 “그동안 사람을 대상으로만 바이러스를 바라봤던 부분이 안타까웠다”며 “감염병은 동물, 사람,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자들이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퍼브라이트연구소를 바이러스연의 롤모델로 꼽은 이유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퍼브라이트연구소는 구제역, 아프리카돼지 열병 등 동물이 운반하는 바이러스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다양한 감염병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이르면 10월말부터 바이러스기초연은 국내 대학, 기업, 연구기관의 바이러스 연구기능을 합쳐 연구 협력을 촉진하는 ‘바이러스 연구 협력 협의체’를 가동할 계획이다.
국립감염병연구소, 농축산검역본부, 야생동물질병관리원 등과 바이러스 감염 예방부터 방역, 검사, 치료 등을 위한 협력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간사 역할을 자처하며 협업을 이뤄내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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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소장은 바이러스 기초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과 우수 연구그룹을 키우는 부분도 시급한 현안 중 하나라고 봤다. 그래서 국내에 부족했던 우수 연구인력 저변 확대에 나선다. 대한민국 국적의 우수한 연구진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중장기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바이러스기초연에 유치하고, 미리 감염병에 대응할 기술력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석사, 박사, 리더급 연구자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에도 돌입했다.
다만, 최 소장은 오랜 역사와 투자를 해온 해외 연구소들을 짧은 시간 내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봤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 등과 비교하면 연간 예산이 5배~10배 규모로 차이가 있고, 투자 시간도 달랐던 만큼 우리만의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해온 연구소들은 따라잡기 쉽지 않은 만큼 연구협력을 통해 이들에게 배우고, 세계적인 과학자 네트워크도 만들 계획”이라면서 “해외의 우수한 국내 연구자들을 데려오고, 신진·리더급 바이러스 연구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우리만의 바이러스기초연구 성과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