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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승리는 유명인이 아니라 공인이다

고규대 기자I 2019.04.03 00:05:00

연예인, 공적 영역에서 책임감 가질 필요 있어
"좋은 연예인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어야"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유명인의 책임과 태도에 대해 깨닫게 됐습니다.”(가수 승리·2월3일) “공인으로서 지탄받아 마땅한 부도덕한 행위였습니다.”(가수 정준영·3월12일) 버닝썬 사건이 불거질 당시 가수 승리는 자신은 관련이 없다며 ‘유명인’의 책임을 언급했고, 촬영을 넘어 유포 혐의까지 드러난 정준영은 ‘공인’으로서 부도덕함을 인정했다. 양파 껍질처럼 이들의 의혹이 하나씩 드러났다. 술 취한 여인을 성적 대상화하는 등 차마 글로 옮기기 민망한 의혹도 많다. 결국 승리는 “공인으로서 부적절하고 옳지 않은 잘못이었다”(3월23일)고 했다.

노래와 연기, 그리고 춤을 업으로 삼는 이들을 연예인이라 부른다. 그 중 히트곡을 만들었거나 주인공을 한 이른바 스타들은 극소수다. 한류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정준영이 대표적인 예다. 공교롭게 이들은 사건의 흐름에 따라 ‘유명인’에서 ‘공인’으로 자신의 포장지를 바꿨다.

연예인이 유명인이든 공인이든, 우리와 같은 인격체다. 함부로 대상화하거나 상품화하는 건 이들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서 피해야 한다. 그 때문에 연예인의 사적 프라이버시 침해는 막아야 한다.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중계되고 이 중계를 통한 관음이 치명적인 위해가 되기 때문이다. 일탈에 비해 과도한 제약을 받거나 도덕적 비판이 무겁다는 점도 지적된다.

반면 연예인이 문화적 위상을 넘어선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공인의 범주에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도 있다. 아쉽게도 우리 법체계에서는 아직 공인의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 ‘공인’이라는 단어는 ‘공적인물 이론’이라는 미국 판례로 나왔다. 흔히공익성에 따라 공적인 장소에서 초상권 사용이 용인되는 경우를 예로 든다. 정치인뿐 아니라 스타나 셀럽 심지어 베스트셀러 작가도 공인에 포함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인은 공적 공간에서 어느 정도 사생활 침해가 감수해야 하고 그만큼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버닝썬 사건이 알려지면서 프로듀서인 박진영의 ‘인성론’이 주목받았다. 박진영은 지난 2015년 트와이스를 뽑는 엠넷 리얼리티 ‘식스틴’에서 연습생들에게 실력보다 인성을 강조했다. 진실, 성실, 겸손 등 한 인격체이자 공인이 가져야할 가치다. “좋은 가수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트와이스는 K팝 걸그룹 사상 최초로 일본 돔투어를 성공시켰다. 시장의 반응 역시 뜨거워 승리의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달리 JYP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정준영과 승리가 입맛 따라 ‘유명인’과 ‘공인’ 사이를 넘나든 이유는 무얼까? ‘유명인’이니 사적 영역에 대한 관심을 끄라고 발뺌한 게 아닐까. ‘공인’이라고 자각했으니 용서해달라는 것일까. 무엇보다 ‘악어의 눈물’을 흘린 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한때 청소년의 꿈이었고 시청자의 위안이었던 스타의 두 얼굴을 본다는 건 참기 어려운 일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라면, 적어도 공공의 이익 안에서 정치인 못지않게 영향력을 가진 공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방송인 유재석은 태풍이나 지진 등 안 좋은 소식이 들릴 때는 국민과 공감한다는 이유로 외출도 자제한다지 않는가.

`승리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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