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통닭'부터 '냉면까지'…대구 원조를 맛보다

강경록 기자I 2018.07.06 00:00:01

무더위 날려줄 대구 미식여행
대구 3대 통닭 '뉴욕·원주·진주통닭'
이달 18일부터 22일까지 치맥축제도 열려
대구에는 의외로 전통있는 냉면집 많아
부산안면옥·대동면옥·대동강식당 등

대구 3대 통닭집 중 으끔으로 꼽히는 ‘뉴욕통닭’. 하루 80마리만 한정판매한다.


[대구=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구는 치킨의 성지로 불린다. 국내 대부분의 치킨 체인점은 대구와 그 인근 지방에서 출발했을 정도다. 교촌치킨, 처갓집양념통닭, 호식이두마리치민, 페리카나, 땅땅치킨 등 모두가 여기에서 시작했다. 대구 사람들의 닭사랑은 유별나다. 그 인연은 190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3대 시장이었던 서문시장에는 닭 파는 곳이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한국전쟁 이후, 수성구 황금동 일대에는 양계농장과 부화장, 도계장이 들어서면서 닭 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대구와 구미, 포항 등지에 소비 인구가 많아서다. 1970년대에는 칠성시장에 계육가공회사가 생기면서 그 주변으로 닭내장 볶음집이 생겼다. 이어 수성못 주변에는 닭발집이, 동구 평화시장에는 닭똥집(닭모래주머니) 골목이 들어섰다. 현재도 닭똥집 골목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 3대 통닭집 중 으뜸으로 꼽히는 뉴욕통닭의 ‘프라이드 치킨’


◇대구 최고의 ‘통닭’을 맛보다

치킨의 성지답게 대구에는 ‘3대 통닭집’으로 불리는 가게들이 있다. 취향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보통 뉴욕통닭, 원주통닭, 진주통닭 등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최고 치킨 맛집으로 꼽히는 곳은 동성로의 ‘뉴욕통닭’이다. 40년 가까이 한결같은 맛으로 대구사람은 물론 외지인들에게 인기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최근에는 TV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전국 최고 양념 통닭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결같은 맛으로 대구사람에게도 인기가 높다. 하루 딱 80마리만 한정 판매한다. 예약하지 않으면 좀처럼 맛보기가 힘들다. 뉴욕통닭을 한 번도 못 먹어 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마니아의 말처럼, 어쩌다 맛을 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대표 메뉴는 가마솥에서 막 튀겨낸 투박한 프라이드 치킨과 두툼한 튀김옷을 입은 양념통닭. 프라이드 치킨은 바삭한 튀김옷과 육즙 가득한 살코기의 담백함과 고소함이, 양념통닭은 마치 강정을 씹는 듯 고소하고 달콤하다.

백종원이 전국 최고의 양념통닭이라 극찬한 뉴욕통닭의 ‘양념통닭’


남문시장의 진주통닭도 대대로 인기를 끌고 있는 45년 전통의 통닭집이다. 옛날 방식 그대로 기름이 팔팔 끓는 가마솥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낸다. 이른바 ‘제삿닭’이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고기는 촉촉하고 육즙은 흥건하다. 염지(소금 밑간)를 거의 하지 않은 생닭을 쓴다. 건건한 양념으로 닭고기 고유의 고소한 맛을 품고 있다. 양념치킨 역시 끈적이지 않고 살짝 매콤한 맛을 내는 정도다. 한마디로 양념이 닭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이 집의 별미 중 하나는 ‘찜’이다. 다른 통닭집보다 수북이 쌓인 당면이 인상적이다.

대구 3대 통닭 중 하나인 진주식당의 ‘프라이드 치킨’


대구는 치맥의 본향이다. 2014년부터 매년 여름 ‘치맥축제’가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치맥’은 치킨과 맥주를 합친 말이다. 지난해 7월 열린 치맥 페스티벌에는 전 세계에서 무려 100만 명의 관람객이 축제를 즐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치맥 페스티벌 개최 소식을 전한 이들이 ‘치킨 메카’로 몰려들면서다. 올해는 7월 18~22일 두류공원 일대와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이월드, 서부시장 모미가미거리 등지에서 열린다.

사골과 사태살, 풍기인삼을 넣어 구수하고 향긋한 부산안면옥 평양냉면


◇ 대구라 더 인기있는 평양냉면

대구에는 의외로 냉면 전문집이 많다. 그중 중구 국채보상로 125번 길에 있는 ‘부산안면옥’은 반세기가 넘도록 이북식 원조 냉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1905년 평양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1953년 부산을 거쳐 196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려 50년간 대구에서 자리를 지키며 4대째 내려오고 있다. 냉면을 먹기 전 구수한 온육수 한 주전자를 제공한다. 사골과 사태살, 풍기인삼을 넣어 구수하고 향긋하다. 냉면은 말갛고 투명한 서울식 평양냉면보다 육수의 색이 훨씬 진하다. 육수에 간장을 써서 간을 맞추는 이북식 평양냉면이다. 여기에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육수를 내 육향이 강한 편이다. 매년 4월 1일 영업을 시작해 추석 연휴 전까지 약 6개월만 영업한다.

숙성 과정을 거친 고기로 육수를 내는 대동면옥 ‘평양냉면’


부산안면옥과 멀지 많은 곳에 ‘대동면옥’이 있다. 부산안면옥·강산면옥과 함께 대구의 ‘3대 냉면’ 집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정확한 위치는 국채보상로102길 5-9. 부산안면옥이 이북식 평양냉면이라면, 대동면옥은 서울식 평양냉면에 가깝다. 인적 드문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이 가게는 평일 낮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올 정도로 이미 대구에서는 맛집으로 통하고 있다. 이 같은 유명세는 바로 특별한 방법으로 만드는 냉면 육수 때문이다. 보통 생고기를 삶아 육수를 내는 냉면집들과 달리 이곳은 숙성 과정을 거친 고기로 육수를 낸다. 도토리묵과 깻잎 순, 건도라지를 이용해 죽을 만들어 고기를 숙성해주면 특유의 잡냄새는 사라지고 담백함과 풍미가 극대화된다는 것이 이곳 주인장의 설명이다.

평양식 재료와 조리방식을 지금껏 고수하고 있는 대동강 식당의 ‘평양냉면’


대구시청 인근의 봉덕로에 자리한 ‘대동강식당’도 대구에서 이름난 냉면집 중 하나다. 이북에서 피란을 온 할머니가 1965년 2월에 개업한 이래 평양식 재료와 조리방식을 지금껏 고수하고 있다. 대를 이어 벌써 반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그 맛을 유지하고 있어 유독 단골이 많다. 조미료 없이 사골뼈, 사태 등을 넣고 푹 곤 육수에 직접 담근 동치미 국물로만 간을 맞추다 보니 육수의 맛이 오묘하면서 중독성 있다.

똘똘이식당의 무침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는 상추와 납작만두에 무침회를 싸 먹는 것이다.


◇여행메모

△잠잘곳= 대구서 가장 핫한 숙박업소는 게스트하우스인 ‘더 스타일’(053-214-6116)이다. 중구 서성로에 있다. 보유하고 있는 침대 수만 56개로 대구 도심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그렇다 보니 단체 배낭여행객이 선호한다. 자작나무로 만든 침대는 벙커 형식으로 돼 있고, 커튼과 LED 등도 있어 사생활 보호도 가능하다. 건물 1층은 카페와 놀이 공간으로 꾸몄다. 외국인 게스트하우스 스태프가 함께 대구여행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있다. 최근에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인 ‘더 한옥&스파’도 오픈해 운영 중이다. 2인실 5만원, 4인실 3만원, 도미토리 2만 5000원. 서성로14길 26번지(서내동).

△먹을곳= 중구 동산동에 있는 성주 숯불갈비 식당(053-255-6851), 소생갈비 전문점이다. 갈비살에 붙은 살코기를 떼어내 숯불에 구워 더 맛있는 갈비를 즐길 수 있다.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은 된장찌개다. 구수한 맛은 덜하지만 4000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먹을 만하다. 여기에 소면을 추가해 매운 청양고추와 한소끔 끓여내면 더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서구 내당 3동의 무침회 골목에는 이름난 무침회 식당이 여럿 있다. 그중 똘똘이 식당(053-566-5738)은 삶은 오징어와 우렁이, 무채, 미나리를 넣고 특제 양념과 버무려 옛 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납작만두와 함께 먹으면 매운맛을 중화시켜주고 고소한 맛은 배가 된다.

성주숯불갈비식당 ‘생갈비숯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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