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제가전전시회(CES) 2013’에서 4K 기술을 선보인 일본 방송기자재 업체는 이번 전시회에서 4K 관련 ‘비밀병기’를 대거 내놓으며 깜짝쇼를 펼쳤다. NAB 현장에서 일본 장비업체 부스는 4K 기술을 체험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소니는 560만원대 55인치 4K TV와 1700만원대 4K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를 선보였다. 기존 가격보다 5~10배 낮춰 대중화에 나선 것이다. 파나소닉, JVC, 캐논 등도 4K 관련 시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기업이 4K를 들고나선 이유는 그간 한국기업에 밀린 TV시장을 되찾기 위해서다. 차세대 TV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보적이었다는 점에서, 화질을 4배 개선한 4K로 글로벌 TV시장 판세를 흔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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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것은 NAB에 참가한 NHK가 4K보다 4배 더 선명한 8K(슈퍼 하이비전) 기술까지 시연했다는 점이다. 이미 NHK는 4K 본방송을 2년 앞당겨 내년부터 실시하고, 8K 실험방송도 2016년부터 하기로 계획을 잡았다. 방송장비업체보다 콘텐츠 제작 업체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본의 공영방송과 장비제작업체 간의 선순환 생태계 구조 덕분이다. 일본은 공영방송인 NHK가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장비업체에 라이선스를 받고 기술을 이전한다. 이후 이들이 만든 장비를 NHK가 되사주면서 방송사와 장비업체가 상호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신기술 장비와 함께 콘텐츠 시장이 확보되면서 시장이 점차 확산되는 구조다. 일본이 4K를 자신 있게 들고 나온 것은 이런 선순환 생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TV 제조업체들이 신기술을 빠르게 내놓으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만큼 콘텐츠 시장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3DTV를 대거 내놓았지만, 3D 방송 콘텐츠가 거의 없다는 게 단적인 예다. 국내 유일 3D 채널을 운영했던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콘텐츠 부족과 수익성 악화로 이 채널을 폐지하기도 했다. 장비제조업체와 콘텐츠 제작업체 간 유기적인 연결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애써 신기술을 갖춘 장비를 내놓아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는 채 따로 놀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일본의 내세운 4K 기술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신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분명 시장의 판도는 달라질 것이다. 한국이 차세대 방송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기술력 못지 않게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는 유기적인 방송 생태계 확립이 우선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