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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남성 B씨(당시 30세)는 숨진 상태였고, 신고자였던 여자친구 A씨는 B씨 옆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 있었다.
사건 현장에는 수많은 약물 병과 링거가 흩어져 있었으며 숨진 B씨의 몸에는 약물을 투여한 흔적이 발견됐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의식을 되찾은 A씨는 “남자친구의 부탁을 받고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는데 혼자 살아서 119와 112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씨는 프로포폴, 리도카인,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A씨의 몸에서도 약물을 투약한 흔적이 나왔으나 B씨와 비교하면 치료 가능한 수준의 낮은 농도였다.
당시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검색 기록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A씨는 사귄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남자친구의 계좌에서 13만 원가량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후 ‘13만 원 계좌이체’, ‘유흥탐정’, ‘남친의 바람’ 등의 단어를 수백 건 검색했다. 평소 집착 증세를 보인 A씨가 남자친구의 휴대전화에서 13만원이 이체된 것을 보고 유흥업소에 출입한다고 의심한 것이다.
다음날에는 ‘프로포폴’, ‘주사 부작용’, ‘쇼크’ 등의 단어를 검색했으며, 사건 발생 직전에는 ‘주사 쇼크 부검 결과’ 등으로 검색 내역이 바뀌었다.
당시 경찰은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A씨를 위계승낙에의한살인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보완 수사를 거친 검찰은 A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고 죄명을 살인죄로 변경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전 간호조무사였던 A씨가 폐업한 자신의 직장에서 빼돌린 약 등을 이용해 B씨에게 ‘피로회복제를 맞자’며 프로포폴로 잠들게 한 뒤 진통소염제를 대량 투여해 사망하게 한 것으로 봤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에게 살인죄가 아닌 방조죄만 성립한다고 계속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배척한 뒤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재판부는 “B씨가 극단적 선택을 모의한 문자내역 등을 찾아볼 수 없으며 당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로회복이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링거를 맞아 죽음을 맞이했다”며 “A씨는 자신의 의학지식을 이용해 피해자를 살인한 후 자신은 그 약물을 복용해 동반자살을 위장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범행 방법과 과정 등이 잔인하다”고 덧붙였다.
2심도 “A씨는 피해자에게서 검출된 진통소염제 양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소량의 약물을 주사했다”라며 “A씨가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며 숙련된 상태인 점 등을 보면 진정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1심과 같이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80만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