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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시신, 재조차 찾을 수 없어”…20년 결혼 생활의 말로[그해 오늘]

이로원 기자I 2024.08.29 00:00:04

아내 살해 후 시신 불태워 증거인멸한 60대 남성
항소심서 징역 15년→20년 형량 가중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2022년 8월 29일 오전 4시 50분께 60대 남성 A씨는 대구 달성군의 자택에서 아내인 50대 B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아내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성주군에 있는 자신의 비닐하우스 창고로 옮긴 그는 나뭇가지들을 모아 가방에 불을 붙여 B씨의 사체를 4시간여 태웠다.

사진=게티이미지
A씨와 B씨는 1995년 혼인한 후 삼남매를 낳고 13년간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둘 사이는 여러 문제로 삐거덕거렸고 결국 2008년 합의 이혼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7년 7월. 이들은 자녀들 결혼 등의 이유로 다시 재결합해 혼인신고했다. 자식들을 위해 선택한 재결합이지만 둘 사이 존재하던 갈등은 다시 되살아 났다.

아내 B씨는 재결합 후에도 금전 및 이성문제 등으로 A씨를 괴롭혔다. 이에 둘은 계속 다퉜고 이런 시간이 무려 5년이나 계속돼 A씨의 인내심은 결국 바닥을 드러냈다.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A씨 딸은 숨진 엄마가 가정에 소홀했던 점과 외도 사실을 증언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 A씨는 B씨가 자고 있던 자신을 깨워 잔소리하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 데다 아내의 외도 등 그간 쌓인 나쁜 감정에 빠져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된 아내의 사체를 불태워 버렸다.

지난해 3월 9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임동한)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운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A씨 딸은 숨진 엄마가 가정에 소홀했던 점과 외도 사실을 증언했다.

재판부는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점, 반성하는 태도 보이는 점, 자녀 등 피해자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와 검사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해 10월 5일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진성철)는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20년 이상 혼인 관계를 유지한 피고인으로부터 예상할 수 없는 기습 공격을 받아 전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고 시신은 완전히 불에 타 재조차 찾을 수 없게 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의 행동이 살인과 시신 소훼를 유발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살해한 것은 우발적이었던 점, 수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피해자의 유족인 자녀들과 모친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며 검찰의 양형 부당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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