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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일드 펀드 규모가 증가하면서 비우량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 공급 경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하이일드 펀드는 비우량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공모펀드 기준 국내 채권에 60% 이상 투자하고, 이 가운데 신용등급 BBB+ 이하가 45% 이상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 조건에 A등급 회사채(A2등급 전단채 포함)에 15% 이상 의무 투자 요건이 추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하이일드펀드 설정액(공모·사모 합계)은 1조1522억원이다. 지난 2021년 말 1조4148억원이던 하이일드 펀드 설정액은 2022년 말 7282억원, 2023년 말 5548억원 순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불과 반년 만에 설정액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우선 지난해 하이일드 펀드에 분리과세 혜택이 부활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제 혜택을 통해 비우량 회사채 수요 기반을 확대하고,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찾는 투자자에게 채권 투자 유인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다시 도입됐다. 이를 두고 금투협은 조특법 개정안 시행으로 신규 자금 약 3조원이 하이일드 펀드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 공모주 열풍도 하이일드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이끌었다. 하이일드 펀드는 공모주 물량 일부를 우선 배정 받는다. 올해 상장 기업들의 시초가가 공모가를 뛰어넘는 일이 늘면서 하이일드 펀드에 돈이 몰린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BBB급 이하 회사채 발행 증가로 이어졌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BBB등급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 설정 규모가 증가하면서 BBB등급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BBB등급은 높은 경쟁률로 낙찰되면서 발행 스프레드 축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BBB등급에 높은 유동성이 몰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BBB)은 총 4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6배가 넘는 총 2450억원의 자금이 몰려 8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확정지었다.
두산(BBB+·BBB 스플릿)도 올해 두번째 공모채 발행에서 400억원어치 수요예측에서 2530억원의 자금이 몰렸으며, 750억원까지 증액했다. 공모 희망 금리 수준은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해 1.5년물은 -95bp, 2년물은 -90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시장이 평가한 두산의 회사채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았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