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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김모(52) 씨는 한씨와 경제적 문제로 이혼 소송 중이었으며 1월 2일 춘천의 한 공동묘지에서 실종됐다.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김씨의 차량이 공원묘지로 들어가기 약 1시간 전에 한씨의 차량이 해당 공원묘지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5일 오전 한씨의 도피에 도움을 준 여성을 경기도 광주에서 붙잡는 등 한씨 주변 인물을 상대로 수사하던 중 9일 한씨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7일간의 추적 끝에 양평의 한 주차장에서 한씨를 붙잡았다.
하지만 검거된 한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의 행방에 대해 “묘지에서 아내와 다툰 뒤 자신은 먼저 갔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씨는 또 김씨의 차량, 공원묘지 주변에서 발견된 혈흔에 대해선 “다툼 때 때린 것은 사실이나 차에서 내려준 뒤에는 행방을 모른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다량의 혈흔으로 미루어보아 단순 폭행이 아닌 둔기나 흉기 등으로 김씨에게 상해를 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실종된 김씨를 발견했다는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은데다 실종 이후 병원 진료기록 등 아무런 행적도 없어 경찰은 김씨가 한씨에게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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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의 도주 경로를 토대로 수색을 벌이던 경찰은 12일 유기 장소로 추정되는 홍천의 빈집을 확인,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석유통을 발견했다.
집 앞마당에서는 숨진 김씨의 소지품이 발견됐고, 부엌에서 발견된 혈흔과 담배꽁초도 국과수 감식 결과 김씨와 한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17일 조사를 받던 한씨는 “부인과 다투던 중 폭행했고 숨진 것을 확인했다. 아내를 좋은 곳에 보내주려고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그 위에 아내 시신을 가부좌 자세로 올려놓은 뒤 등유를 부으며 3시간가량 태웠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또 타고 남은 유골은 빈집 아궁이 옆에 묻거나 인근 계곡에 유기했다고 말했다.
아내의 시신까지 불태운 한씨는 오후 10시 40분께 자신의 차량에 묻은 아내의 혈흔을 지우고자 셀프세차장에서 세차용 압력분무기로 뒷좌석에 물을 쏘아대며 마지막까지 범행 흔적을 지우려 했다.
한씨의 이같은 진술에 따라 경찰은 이날 현장을 수색, 김씨의 유골을 발견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는 같은 해 6월 16일 살인 및 사체손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재혼한 배우자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려고 사체를 손괴하는 등 죄질과 범정이 매우 좋지 않다”며 “유족에게 극도의 슬픔과 고통을 준 점, 피고인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점 등으로 미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씨는 “장례절차였을 뿐이다”고 항변했지만 2심에서도 징역 20년형을 벗어나지 못했다.
항소심을 진행한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그해 10월 “살인의 고의가 충분하고 시신을 태운 게 장례 절차였다는 한씨의 주장은 범행 은폐 목적으로 보인다”며 “다만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의 형량은 합리적이다”고 항소를 기각했다.